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변호사로부터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사 사법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수처가 판사를 직접 겨냥한 수사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김모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금품을 제공한 A 변호사에 대해서도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함께 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근무 당시 고교 동문인 지역 로펌 소속 A변호사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아들 돌반지, 배우자 향수 등 총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A변호사 등이 주주로 있는 회사 소유 건물의 공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교습소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 배우자가 A변호사 자녀에게 바이올린 개인 교습을 하는 과정에서 금전이 오간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단순 금품 수수를 넘어 반복적 편의 제공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쟁점이다.
또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A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항소심에서 형량을 낮춰준 정황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사건 성격은 재판 거래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배우자의 교습 활동에 따른 정당한 레슨비일 뿐 판사 직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공수처가 최근 밝힌 수사 범위 확대 필요성과 맞물린다.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가 범한 모든 범죄를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본회의 처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공수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논의 속에서 조직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전제로 할 경우 공소청 검사는 수사를 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어 기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제도 변화에 맞춰 공수처 검사 직무의 법적 근거를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두고 공수처가 제도 개편 국면에서 조직 역할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함께 나온다. 수사 범위 확대와 직무 재정비 필요성을 연이어 강조하는 점에서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수사를 위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수처의 향후 역할 논의와 맞물려 주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를 직접 겨냥한 수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공수처의 기능과 권한을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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