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급등 이은 '레이와 석유 위기'…유가 진정 '미봉책' 부작용 지적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일본 휘발유 소매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일본 정부가 꺼내든 유가 보조금 카드가 재정 부담과 엔저 심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사회에 혼돈을 부른 쌀값 폭등이 '레이와(令和·현 일왕 연호)의 쌀 소동'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었는데 이번 유가 급등도 '레이와 석유 위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조짐이다.
19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출하분부터 정유사 등에 휘발유 1L(리터)당 보조금 30.2엔(약 284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국제 원유 가격 급등에 따라 지난 16일 현재 일본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90.8엔(약 1천787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나온 조치다.
보조금 지급을 통해 소매가를 L당 170엔(약 1천592원)대로 낮춰보겠다는 것인데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보조금 지급 없이는 L당 200.2엔(약 1천875원)으로 기름값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L당 가격을 30엔 낮추려면 매월 3천억엔(약 2조8천억원) 수준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면서 예비비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가 보조금에 2천800억엔(약 2조6천억원)가량의 전용 기금을 당분간 투입할 방침으로 알려졌는데, 이 기금만으로는 1개월 뒤 잔고가 바닥나게 된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의 유가 보조금 풀기가 가뜩이나 적자가 심한 자국 재정에 부담을 키우고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란 사태 대응에,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한계를 짚었다.
아사히는 2022년 1월에 도입한 유가 보조금 정책에 들어간 예산이 현재까지 8조엔(약 75조원)이 넘는다면서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나랏돈 풀기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자민당의 한 의원은 이 신문에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현 상황을 거론하며 "공급량이 줄어드는데 수요를 부르는 보조금 정책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닛케이도 시장 분석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보조금이 반영구적인 조치가 된다면 재정 악화 리스크가 시장에 의식되면서 엔저에 대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유가 보조금 지급 결정이 2023년부터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10% 넘게 줄이는 목표를 세운 일본 정부의 탈탄소 정책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산케이는 이란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 상황을 '레이와 석유 위기'로 지칭하면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가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국제 유가 급등 상황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가격이 먼저 오르고 올해 여름께 전기, 가스값 인상으로 이어진 뒤 가을 이후에는 식료품, 플라스틱 제품 등의 일용품 가격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케이는 그러면서 일본 가계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절약이 필요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6일부터 민간 비축유 방출을 시작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유가 보조금 지급이 소매가에 반영되는 데는 최소 일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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