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한숨 쉬며 뽑는 잡초인데... 알고 보니 봄에만 맛보는 귀한 나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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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한숨 쉬며 뽑는 잡초인데... 알고 보니 봄에만 맛보는 귀한 나물이었다

위키트리 2026-03-19 09:4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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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밭일을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바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풀이 있다. 줄기마다 단단한 가시를 세우고, 지나는 사람의 옷자락을 집요하게 붙드는 그 풀. 농부들이 한숨을 쉬며 뽑아내던 잡초, 갈퀴덩굴이 요즘 식탁 위에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밭에서는 천덕꾸러기, 밥상에서는 귀한 손님. 갈퀴덩굴의 반전 매력에 대해 알아본다.

갈퀴덩굴 어린순 / '텃밭친구' 유튜브

갈퀴덩굴은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덩굴풀이다. 줄기 길이는 60~90cm 남짓. 네모난 줄기의 능선을 따라 아래로 향한 가시털이 촘촘히 나 있다. 다 자란 줄기는 이 가시 때문에 다른 물체에 척척 달라붙는다. 마디마다 좁은 피침형 잎이 6~8개씩 돌려나는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팔선초(八仙草)'라는 별명도 얻었다. 전국 어디서나 길가, 빈터, 경작지 언저리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범지구적 식물이기도 하다.

농사꾼에게는 골치덩어리지만 식탁에서 갈퀴덩굴의 가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른 봄 막 고개를 내민 어린순을 식재료로 쓴다. 나물로 무치면 살짝 쓴맛이 돌지만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한 번 헹궈내면 쓴맛이 빠지면서 나물 특유의 향긋한 풍미가 살아난다. 약간의 쓴맛은 소화액 분비를 돕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요리법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나물 무침. 데친 갈퀴덩굴에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냉이나 쑥처럼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구수한 풍미와 함께 봄 내음이 가득한 한 끼가 완성된다. 전으로 부쳐도 잘 어울린다. 잘게 썬 갈퀴덩굴을 부침개 반죽에 섞어 지지면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깨끗이 말린 갈퀴덩굴을 덖어 차로 우려내면 은은한 향과 함께 해독을 돕는 건강차가 된다. 봄철 밥상 한 켠에서 국으로, 무침으로, 전으로, 차로 두루 쓰이는 식재료가 바로 갈퀴덩굴이다.

어린순 시기가 지나 줄기가 굵어지고 가시가 단단해지면 식재료로 쓰기 어려워진다. 이때는 즙을 내어 마시거나 음용수처럼 끓여 마시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술에 담가 숙성해 반주로 즐기는 이들도 있다. 생으로 갈아 만든 녹즙이 특히 흡수가 빠르고 효과가 좋다고 약초 기록에 전해진다.

갈퀴덩굴 성초 / '텃밭친구' 유튜브

맛만이 아니라 성분도 눈길을 끈다. 갈퀴덩굴에는 플라보노이드 배당체인 퀘르세틴 갈락토사이드(quercetin galactoside)를 비롯해 아스페루로사이드(asperuloside), 탄닌 등이 함유돼 있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두루 들어 있어 독성이 없으면서도 몸에 이로운 야생 식재료로 꼽힌다. ‘조선의 구황식물과 식용법’이란 책에 봄에 새싹잎을 삶아 나물로 먹으면 맛이 좋다고 적혀 있을 만큼 갈퀴덩굴을 밥상에 올리는 역사는 꽤 길다.

한방에서는 7~9월에 전초를 채취해 말린 것을 산완두(山豌豆), 또는 거등(鋸藤)·팔선초라 부르며 약재로 써왔다. 성질은 달고 맵고 떫으며 평하거나 약간 차다고 기록돼 있다. ‘약초의 성분과 이용’(북한)에는 전초를 달여 마시거나 신선한 즙을 내어 복용하면 대장염, 폐렴, 자궁내막염, 요로 감염증 등 각종 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열을 내리고 몸속 습열을 제거하며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도 전해진다. 고혈압에 뚜렷한 효과를 보인다는 기록도 있다. 또 소변이 뿌옇고 걸쭉해지는 백탁, 혈뇨, 중이염, 타박상 통증 등 다양한 증상에 민간에서 오래 활용됐다.

나물로 먹을 때와 약재로 쓸 때 사용하는 양은 다르다. 일반적인 건강 목적으로는 말린 약재 기준 하루 6~15g을 달여 마신다. 신선한 생초로는 100~200g 정도를 달이거나 갈아서 녹즙으로 마시는 방법이 알려져 있다. 약재로 장기 복용하거나 다량 섭취할 때는 전문가의 안내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취 시기도 중요하다. 나물로 먹으려면 이른 봄, 줄기가 부드럽게 올라오는 어린순을 골라야 한다. 약재로 쓸 때는 가을에 전초를 채취해 햇볕에 말리거나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건조한다. 중국에서는 낮은 지대의 갈퀴덩굴과 산지의 산갈퀴덩굴을 함께 팔선초로 묶어 약용한다.

‘원색 한국본초도감’은 갈퀴덩굴이 맥류 경작지에 집단으로 발생해 피해를 끼치는 강력한 잡초종이라면서도 이른 봄에 채취해 식용하면 나물의 품질도 뛰어나고 잡초 방제의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한다. 밭에서 뽑아낸 잡초가 그날 저녁 밥상에 오르는 순환. 갈퀴덩굴은 그 순환을 가장 자연스럽게 실현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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