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과거 부동산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쏠렸던 금융권의 자금 흐름이 인공지능(AI), 에너지 인프라, 지역 전략 산업 등 실물경제 분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 축이 국가 미래 산업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부동산 대신 AI·에너지·해양…산업 인프라 투자 가속
금융권 자산 운용 체계가 부동산 중심에서 산업과 인프라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지역 특화 산업과 결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KB금융그룹은 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 재생에너지를 겨냥해 1조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고 5000억원을 직접 출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전북 전주를 거점으로 자본시장 기능을 결합한 금융 허브를 구축하는 동시에 광주(AI·융합 산업), 부산(조선·방산) 등 지역 거점별 기업금융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부산·영남권 주력 산업인 조선·기계·중공업 분야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며 보증 지원을 병행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전남 해남 태양광과 전북 고창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5000억원대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동남권의 해양·항공 산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5년간 약 5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5대 금융의 지역·산업 투자 규모는 7조원에 달한다.
◇정책과 맞물린 ‘생산적 금융’…수도권 쏠림 완화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인 ‘5극3특’ 기조와 맞물려 있다. 지역별 산업 육성과 성장 거점 구축이라는 정책 방향이 금융권의 자금 운용 전략과 결합하면서 실물경제 투자 확대로 점철되고 있다.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PF 부실 관리 등도 자본 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핵심 계열사가 부동산 위주로 자금을 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전략 산업과 인프라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책 방향과 시너지를 내면서 금융 자산이 실물경제로 흘러가는 ‘생산적 금융’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 수익성 확보가 관건…전략적 지속성이 변수
다만 이러한 자본 이동이 금융지주의 구조적인 수익원 창출로 안착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인프라와 산업금융은 부동산 대출에 비해 자금 회수 기간이 길고 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 부담 극복과 안정적인 배당이나 이자 수익 확보가 향후 과제다. 금융지주의 자금 재배치가 정책에 부응하는 일시적 조치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장기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실제 수익률이 판가름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 투자 확대는 수익 체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로지만, 회수 기간과 수익성 관리 역량에 따라 각 지주의 전략적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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