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전’ 눈감은 교통안전공단···제도·장비 모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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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안전’ 눈감은 교통안전공단···제도·장비 모두 10년 전

이뉴스투데이 2026-03-19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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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점검 장면. [사진=이뉴스투데이DB]
차량 점검 장면.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경현 기자] 중고 전기차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모터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기준이 없어 사실상 ‘깜깜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제도적 구멍으로 인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배터리 교체 리스크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SK엔카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판매 등록된 중고 전기차는 총 6651대에 달한다. 이는 하이브리드(PHEV 포함) 매물 수인 1만6360대의 약 40.6%에 달하는 수준이다.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으나, 현행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여전히 실린더, 엔진 오일 누유 등 내연기관 부품 위주로 짜여 있다.

실제 국내 자동차 검사 제도를 총괄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TS)조차 전기차 배터리 점검 앞에서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 TS가 진행하는 전기차 검사는 관능검사와 충전구 저항 확인, 셀간 전압차, 그리고 범용 진단기(OBD) 단자를 통한 단순 배터리 수명(State Of Health, 이하 SOH)에 불과하다. 정작 전기차 화재나 수명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배터리 내부의 저항값 등은 잡아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의 정기 검사 환경에서는 내부 저항값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며 “내년 9월경, 사용 후 배터리 성능 평가 제도가 도입되면 관련 검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순 스캔 방식의 검사가 사실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고 전기차 진단 시스템을 개발 중인 정태영 위카모빌리티 대표는 “전기차는 평상시 전압을 스스로 맞추는 ‘셀 밸런싱’을 상시 진행하기 때문에, 20만km를 탄 차량도 진단기만 물리면 배터리가 100% 정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자동차 진단 사진. [사진=이뉴스투데이DB]
자동차 진단 사진. [사진=이뉴스투데이DB]

다시 말해, 정차 상태에서 찍히는 표면적인 수치만으로는 배터리 내부의  결함을 찾아낼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진짜 불량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다이나모를 활용하거나 20~30분가량 급속 충전을 진행해, 배터리가 실제 주행처럼 극한 환경에서 어떻게 버티는지 물리적인 부하(스트레스)를 가하는 과부하 검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검사 제도에는 이러한 테스트 기준이 전무하다.

아울러 수입 전기차의 심각한 폐쇄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테슬라 등 일부 수입차는 보안을 이유로 범용 진단기(OBD2)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이에 국가 검사 기관조차 배터리 상태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사실상 제조사의 일방적인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투명한 진단을 허용하는 국산차 브랜드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현대차의 경우 전용 스캐너를 통해 배터리 상태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으며, 수출 시에는 배터리 진단 전문 기업을 통해 철저한 검증 절차까지 거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일부 중소기업이 국가 사업을 수주해 독자적인 배터리 진단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을 낡은 제도가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현장 최일선에서 진단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은 투명한 시장 조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강력한 가이드라인과 점검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배터리 수명도 모른 채 중고차 가격을 매기는 것은 기초 공사 없이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며 “제대로 된 진단 장비만 도입된다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투명한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단이 까다로운 수입차 역시 별도의 인증 과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시장 시세가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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