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성수 등 정비사업 단지 50∼100% 상승 속출…분당·과천도 30%대↑
강남·한강변 시세 하락하는데 세부담 크게 늘어…고가 1주택자도 발등의 불
정부, 보유세 인상 본격화 의지…"보유세 못내 엑소더스" 현실화되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정비사업 추진 단지와 일부 수도권 단지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강변 인근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는 공시가격 상승률만 50%에서 최고 10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 보유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현실화하자 집을 팔거나 증여를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시가격의 후폭풍이 거세다.
◇ 실거래가지수보다 더 오른 공시가격…"고가주택 상승폭 큰 탓"
지난 17일 국토교토부가 공개한 올해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7% 올라 5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와 8개 한강 인접 자치구(이하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이들 지역의 공시가격 상승폭이 평균 20∼30%씩 상승한 영향이 크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지역의 공시가격 상승폭이 2∼4%대인 것과 비교해 지역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서울은 같은 공동주택도 유형별로 편차가 컸다.
아파트가 20% 가까이(19.89%) 올라 전체 상승률을 끌어올렸고, 연립 12.63%, 다세대 9.05%로, 다세대 대비 아파트의 상승률은 2배 이상 높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폭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주택가격동향 조사나 실거래가지수와의 괴리 때문이다.
올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동향 조사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98%로 공시가격 상승률의 절반이 채 안된다. 실거래가지수 상승률도 13.49%로 공시가격 상승률과 6%포인트 이상 낮다.
통상 공시가격 변동률은 안정적인 주택가격동향보다는 실거래가지수에 수렴하는데 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거래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
2019년 실거래가지수가 18.25% 오른 올랐을 때 당시 집값을 반영한 2020년 1월1일자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01% 상승했고, 2020년 실거래가지수가 23.04% 올랐을 때도 공시가격은 14.73% 상승했다.
2021년에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19.91%로 실거래가지수 상승률(13.47%)보다 크게 높았는데 이때는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라 현실화율 제고분이 추가로 반영된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현실화율을 69%로 동결했는데 일부 지역의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실거래가지수와 공시가격의 변동률 산출 방식이 다르고, 고가주택의 상승폭이 특히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거래가지수는 반복매매모형을 사용해 거래된 아파트들의 가격 변동률을 기하평균 방식으로 계산해 지수화한 것이고, 공시가격은 총액변동방식으로 전국 또는 시도별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 총합을 비교해 변동률을 산출한다.
이런 방식의 차이로 실거래가지수는 저가주택과 고가주택의 가격 변동이 고루 반영되는 반면, 공시가격은 고가주택의 가격이 크게 오를수록 변동폭은 더 커지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 변동을 실거래가지수와 같은 기하평균 방식으로 환산하면 전국 기준 2.31%, 서울은 11.21% 올라 실제 실거래가 지수보다는 상승률이 낮다"고 말했다.
◇ 목동·성수동 등 정비사업 공시가격 50∼100% 폭등…"실거래 없어도 시세만큼 최대한 반영"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특히 정비사업 단지에서 상승폭이 컸다.
연합뉴스가 국토부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강벨트 지역의 재건축, 재개발 단지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30∼50%를 웃도는 곳들이 속출했다.
지난해 정비계획수립, 추진위원회, 조합설립 등 재건축 절차가 본격화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는 상승률이 40∼50%에 달했다.
목동 7단지 전용면적 53.88㎡는 공시가격이 작년 9억8천900만원에서 올해 15억4천200만원으로 55.9% 상승했고, 6단지 전용 47.94㎡는 올해 공시가격이 13억3천400만원으로 전년도(8억8천100만원) 대비 51.4% 올랐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지구내 주택도 공시가격이 급등했다.
성수동1가 강변동양아파트 전용 84.56㎡는 공시가격이 1년 새 40.6%(작년 19억7천300만원→올해 27억7천400만원), 성수동2가 강변청구아파트 전용 59.94㎡는 55.5%(11억5천800만원→18억100만원) 뛰었다.
한강벨트 재개발 단지의 빌라나 연립주택 공시가격도 폭등했다.
광진구 자양4동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추진 구역내에 위치한 A빌라 30.01㎡는 공시가격이 작년 3억5천800만원에서 올해 7억1천100만원으로 98.6% 상승했고, 성수동2가 성수4지구에 속한 B연립 전용 47.52㎡는 작년 10억3천300만원에서 올해 17억4천만원으로 68.4% 뛰었다.
성수동1가 성수1지구내 C연립 전용 83.43㎡는 올해 공시가격이 18억7천400만원으로 작년(12억3천700만원) 대비 51.5% 상승했다.
성수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개발 빌라나 연립은 대부분 다른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 보유분이 많아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세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공시가격이 30∼40% 올랐고,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5㎡는 작년 20억6천400만원에서 올해 27억600만원으로 31.1% 상승했다.
서울뿐 아니라 과천, 분당 등 지난해 집값이 큰 폭으로 뛴 수도권 일부도 올해 공시가격이 30% 이상 올랐다.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59.13㎡는 올해 공시가격이 35.8%(7억7천600만→10억5천400만원), 정자동 한솔마을 청구아파트 130.51㎡는 32.4%(10억1천200만→13억4천만원) 상승했다.
과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96㎡도 작년 10억7천500만원에서 올해 14억7천200만원으로 36.9% 뛰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아파트값이 올랐으니 공시가격도 오를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뛰어서 당황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집값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래가나 호가 중에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공시가격을 정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135.82㎡는 올해 공시가격이 28억3천800만원으로, 현실화율을 69%로 가정하면 추정 시세는 41억1천300만원 선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실거래는 작년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38억원(8층), 39억9천만원(12층), 42억8천만원(9층)에 거래됐고, 이후 12월 1일 38억5천만원에 팔린 것이 전부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10·15대책 이후 거래가 많지 않다 보니 시장에 집주인이 내놓은 매물 호가가 공시가격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 감정평가액, 호가 등을 모두 고려해 적정 시세를 산출하는데 실거래가 적은 경우 매물 가격이 공시가에 적극 반영됐을 수 있다.
◇ 집값 하락에 체감 현실화율 이미 80% 육박한 곳도…"엑소더스 시작되나"
강남과 한강벨트 등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공시가격에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급매물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하락한 단지는 체감 공시가가 더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는 전용 66.6㎡의 현재 급매물 거래가가 최저 24억∼25억원으로 떨어져 올해 공시가 대비 체감 현실화율이 최고 80%에 육박한다.
잠실 엘스와 리센츠 등도 현재 전용 84㎡ 거래가가 현재 31억∼33억원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공시가격 대비 체감 현실화율이 75∼77%선까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값이 더 내려가면 보유세 납부 시점에는 시세와 공시가격의 격차가 더 좁혀질 것으로 본다.
올해 공시가격이 공개되면서 강남권에는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증여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반포 아파트 입주자 중에는 오랜 기간 아파트를 보유하다가 재건축이 돼서 입주한 실수요자들도 많은데 30평 아파트 1채로 보유세가 3천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불안해한다"며 "집을 팔고 싶어도 매물은 많고,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대출 규제로 묶여 집을 팔기가 어렵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강남의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증여세가 높아 고민하던 2주택 보유자가 더이상 보유세 부담이 힘들 것 같다며 자녀에게 증여를 하겠다고 상담을 해왔다"며 "다주택자부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이후에도 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또한 정부가 현재 보유세 개편을 추진중인 가운데, 공시가격 상승도 본격화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보유세를 피한 '엑소더스' 현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5년 단위 계획에 맞춰 새로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하반기 보유세 개편에 맞춰 현실화율을 어느 선까지 올릴지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공동주택 기준 69%인 현실화율을 5년 간 80%까지만 올려도 집값 상승분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뛰고 그만큼 세부담도 커질 수 있다.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우철 주택정책관은 18일 열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방향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개편, 불공정한 혜택의 정상화"라고 밝히면서 과세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택 1채로 평생 거주한 사람들도 강남에 산다는 이유로 터전을 떠나야 하느냐며 불안해한다"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자산과 세부담 능력에 따라 재편되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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