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미용실 체험 인기…"한국 스타처럼"
"SNS서 '한국 놀거리' 검색하면 '헤드스파' 떠"
작년 서울 온 외국인 관광객 18% '뷰티 여행' 경험
"저렴한 가격·고퀄리티에 샴푸시 두피 마사지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한국식 트리트먼트, 역시 사람들이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네요."
한국에 방문했던 주변인들이 트리트먼트 케어를 추천해 경험하러 왔다는 인도인 접닛(31) 씨는 시술을 받고 만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리트먼트는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 머릿결을 개선하는 시술이다.
지난 12일 오후 중구 이가자헤어비스 명동점에서는 1시간 30분 동안 접닛 씨를 비롯해 4명의 외국인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SNS에서 유명한 한국식 트리트먼트와 헤드스파를 받으러 온 이들이다.
K팝·K드라마에 이어 K헤어스타일이 뜨면서 한국 미용실이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방문 코스가 되고 있다.
◇ 트리트먼트·두피 진단 체험…한국식 커트도 인기
가운을 걸친 후 미용사의 트리트먼트 설명을 들은 접닛 씨는 "미용실에서 이런 트리트먼트를 처음 해본다"며 설레어했다.
동행한 니부바(32) 씨도 "어떻게 내 머리가 바뀔지 무척 기대된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여성만이 아니다.
미국인 남성 닐(21) 씨는 "주변을 구경하다 헤드스파를 보고 즉석으로 방문하게 됐다"며 "두피가 깨끗해지는 느낌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피 모공을 열어주는 '스팀' 과정으로 머리 주변에 연기가 피어오를 때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연신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러면서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헤드스파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지만 SNS에 한국 놀거리를 검색하면 매번 헤드스파가 떠서 호기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국인 손님 A씨는 두피 진단을 함께 진행하는 헤드스파 코스를 선택했다. 미용사가 기기로 부드럽게 두피를 문지르며 촬영한 사진을 태블릿 화면에 띄우면 손님이 두피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가자헤어비스 명동점 데이지 대표원장은 "외국은 두피 진단을 병원에서만 하는 경우들이 있어 한국에서 처음 해본다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지난 5일 명동역 인근 B 미용실에서 만난 미국인 브리트니(34) 씨도 "헤드스파를 처음 받아봤는데 진정되는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동행한 남성 대널(32) 씨는 "머리를 남이 만져주는 걸 그리 선호하지 않아 구경하기만 했는데 다음에는 직접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같은 날 보그헤어 케이뷰티 홍대라운지점에서 만난 외국인 손님 C씨도 두피 상태를 확인하며 미용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층을 내듯이 단차를 두고 자르는 레이어드컷, 알파벳 모양대로 컬을 구현하는 'C'컬과 'S'컬 시술 등 오랜 기간 꾸준히 인기를 얻는 한국식 스타일링을 체험하는 것도 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이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년 외국인 서울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온 외국인 관광객 6천67명 중 10.7%가 미용실·피부과 시술 등 '목적성 관광'을 하러 왔다고 응답했다. 2024년 4.4%에서 6.3% 늘어난 수치다. '뷰티 여행'을 경험했다고 밝힌 외국인 관광객은 18.3%다.
18일 SNS에서 '헤드 스파 코리아'(head spa korea)·'헤드 트리트먼트 코리아'(head treatment korea) 등을 검색하자 수십~수백만회 조회수의 영상들이 줄줄이 떴다. 방한한 외국인들이 미용실에서 스팀·두피 각질 제거·아로마 오일 마사지 등 케어 프로그램을 받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겼다.
◇ "한국 드라마 스타처럼"…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강점
외국인 손님들이 미용사에게 내미는 '레퍼런스'(참고 사진)도 다양하다.
명동 헤어더뷰(HAIR THE BEAU) 직원은 "외국인 손님들 대부분 핀터레스트(사진 앱)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보여주거나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사진을 들고온다"고 밝혔다.
데이지 원장은 "배우나 가수 사진 자체를 들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드라마 배우 스타일링을 따라 한 인플루언서 사진을 가장 많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K헤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지난 1월 종영한 tvN '퍼펙트 글로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뉴욕에 차린 방송용 뷰티숍 '단장'에 많은 현지인이 K팝 아이돌과 배우로부터 영감을 받은 스타일을 해보고 싶다며 찾아왔다.
이들은 미용사에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장인물을 스타일링 레퍼런스로 말하거나, 커튼 뱅(커튼처럼 이마를 살짝 가리도록 연출한 앞머리)·올림머리 등 미용사가 추천하는 한국 연예인 스타일링을 받은 후 만족해했다.
다양한 스타일링과 함께 팁 없는 합리적인 가격도 외국인 손님이 한국 미용실을 찾는 이유다.
니부바 씨는 "트리트먼트 같은 시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기 때문에 관광을 오는 김에 한국 미용실을 여행 코스에 넣었다"고 말했다.
브리트니 씨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몇 번이고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명동역 부근 미용실의 커트 비용은 약 2만5천원부터 4만5천원 정도. 트리트먼트·헤드스파 코스는 약 8만원부터 15만원까지다.
반면 해외에서 같은 수준의 커트를 할 경우 비용은 약 25달러(한화 약 3만7천원)부터 40달러(5만9천원) 정도에 팁까지 내야 한다. 트리트먼트·헤드스파도 팁 제외 약 95달러(14만원)부터 150달러(22만4천원) 정도다.
이에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 '헤어 가격'(hair price)을 검색하면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는 게시글이 많다.
준오헤어 명동1호점 직원 D씨는 "미국과 같은 해외에서는 미용실 시술 가격이 비싼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매력을 느끼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미용사들이 인턴 기간을 거친다는 점도 강점이다.
D씨는 "짧은 기간 연습하고 실전에 투입되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미용사가 2년간 인턴 생활을 하고 투입되기 때문에 더 신뢰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격도 싸지, 퀄리티도 좋은데 샴푸를 할 때 마사지까지 해주니까 이런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명동역 인근 E 미용실 원장 강모 씨는 "외국에는 미용실에 인턴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술을 받으면서 인턴이 음료나 차를 드리기도 하니 외국과 비교해 서비스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손님이 늘면서 미용사들의 외국어 능력도 중요해졌다.
보그헤어 홍대거리점 박남현 원장은 "위치상 외국인 손님이 70% 정도로 많이 찾아오시기 때문에 영어·중국어·일본어·아랍어 등 언어에 능통한 친구들을 둬서 외국분들이 시술을 받을 때 불편함 없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가자헤어비스 데이지 원장은 "명동쪽 미용실을 보면 통역하는 매니저분이 따로 계시기도 하지만 직접 머리를 담당하는 미용사와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에 손님들이 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파파고를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느껴서 직원들도 영어를 다 같이 공부해 손님 응대를 매끄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며 "직원을 채용할 때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잘하면 우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E 미용실 강 원장은 "요즘 젊은 분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나 각종 외국어를 접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하기도 하고, 영어와 중국어 등 언어별 접객 매뉴얼도 있어 간단한 소통이나 시술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만 해도 외국 갔을 때 어떤 분이 한국말로 말을 걸면 해외에서 외국인과 대화하고 있다는 즐거움을 느끼는데, 외국인 손님들도 그런 걸 똑같이 느끼는 것 같다"며 "오늘 먹은 메뉴나 한국에 몇 번째 오는 건지 묻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다고 하면 아이돌 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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