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시장의 이목이 양사의 극명하게 엇갈린 '경영 성적표'에 쏠리고 있다. 4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고려아연과 달리,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영풍은 5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영풍의 핵심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오염 리스크와 이에 따른 가동률 저하, 회계 투명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번 주총에서 표심을 결정할 기관투자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영풍의 경영 지표는 사실상 '비상 상황'이다. 2025년 별도 기준 영풍의 매출은 1조1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내실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영업손실 규모가 2777억원에 달하며 전년(-884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로써 영풍은 2021년 -728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1078억원, 2023년 -1424억원, 2024년 -884억원에 이어 5년 연속 영업적자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연결 기준 역시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기업 경쟁력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로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사업 모델의 구조적 결함을 의미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금이 풍부하고 경영 성과가 우수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탐내는 것이 시장에서 명분을 얻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영풍 실적 악화의 진원지는 석포제련소다. 석포제련소는 수년째 폐수 유출, 무허가 배관 설치 등 환경 법령 위반으로 조업 정지와 행정 처분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58일간의 조업 정지 처분을 받으며 생산 차질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이러한 리스크가 가동률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석포제련소의 평균 가동률은 40.66%에 그쳤다. 전년 동기(53.54%)와 비교해 12%p 이상 급락한 수치다. 장치 산업인 제련업에서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고정비 부담을 극대화해 수익성을 갉아먹는 치명타가 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사업 구조의 경직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풍은 전체 매출의 81%가 아연괴 제품에 쏠려 있어 제련 수수료(TC) 급락이나 아연 가격 변동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아연, 연, 구리 등 기초금속을 넘어 금, 은 등 귀금속과 인듐, 안티모니 등 희소금속까지 아우르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44년 연속 흑자라는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영풍의 재무제표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번지고 있다.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가 제기한 '복원충당부채 과소 계상' 의혹이 핵심이다. 지난 11일 ESG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영풍이 환경 정화 비용을 고의로 축소 반영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제시됐다.
이같은 영풍의 경영 실패는 오는 24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심을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 논리가 정작 자신들의 초라한 성적표와 환경 관리 실패 앞에서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서스틴베스트는 "영풍은 최근 매출 감소와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고려아연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기존의 전략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실행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 신뢰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서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주총 결과는 향후 국내 M&A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영 성과와 ESG 경영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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