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일부 인기 상품이 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플랫폼이 이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 가격이 높아질수록 플랫폼의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폭리로 인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오리온의 한정판 제품 '촉촉한 황치즈칩'이 꼽힌다. 해당 제품은 지난달 26일 출시 직후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단기간에 품귀 현상을 빚었다. 부드러운 쿠키와 짭짤한 치즈 조합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수요가 폭증했고, 공식 판매 종료 이후에는 구매 실패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오리온 고객센터에는 재출시를 요구하는 문의가 100건 이상 접수될 정도로 관심이 이어졌다.
문제는 단종 이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촉촉한 황치즈칩' 16개입 제품의 공식 판매가는 4480원이었으나 현재 쿠팡에는 황치즈칩 16개입 1박스가 정가의 8배를 웃도는 3만9800원에 최저가로 등록돼 있다. 최초 가격 대비 8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G마켓의 경우 8개입 단품에 타 제품(아이셔)를 결합한 상품을 2만1400원에 판매 중이다. '3종 세트' 상품 역시 쿠팡, G마켓, 11번가 등지에서 최초 정가의 3배에 가까운 4만8800원에 유통되는 실정이다.
인기 식품을 노린 판매자들의 '폭리 꼼수' 논란은 꾸준히 반복됐다. 2023년 여름 품절 대란을 일으킨 농심 '먹태깡'의 경우 쿠팡에 입점한 한 개인사업자가 정가 1700원인 제품을 약 6배에 달하는 1만원에 판매해 논란이 일었다. 2024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두바이 초콜릿' 역시 현지 정가가 65디르함(약 2만3800원)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판매자들이 해외 직수입을 명분으로 내세워 10만원이 넘는 고가에 유통한 바 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가격 형성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플랫폼의 수익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입점 판매자의 거래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취득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식품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할 경우 G마켓과 11번가의 수수료율은 약 13%, 쿠팡은 10.6% 수준이다. 판매 가격이 높아질수록 플랫폼이 얻는 수익도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다.
플랫폼이 수수료 수익을 챙기며 시장 교란 행위를 방관하는 사이 판매자들의 꼼수는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상품의 재고를 적게 설정하고 품절 처리한 뒤 판매가를 더 높여 재등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18일 쿠팡에서는 오전 중 4만3000원대에 판매되던 황치즈칩 상품이 품절되자 동일 판매자가 같은 리뷰 수를 가진 상품을 5만5000원에 다시 올린 사례가 확인됐다. 플랫폼의 모니터링을 우회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오리온이 '촉촉한 황치즈칩'의 한정 재판매를 결정함에 따라 가격 상승세는 4월부터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소비자들의 제품 수요에 부응해 이달 말부터 재생산에 돌입해 다음 달부터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원재료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이미 확보된 원재료 물량 한도 내에서 소량만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재출시 결정을 통해 당장의 가격 대란은 진정될 것으로 전망되나 플랫폼의 방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의 황치즈칩'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꼼수를 막기 위해 플랫폼 차원의 자체적인 제재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호식품의 가격 결정이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속한다고 해도 비정상적인 폭리를 방관하는 것은 시장 질서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짧은 시간 내에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결국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을 부른다"며 "플랫폼 차원에서 과도한 폭리나 가격 변동을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이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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