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법원, 93세 다비뇽 백작에게 재판 개시 결정…1961년 루뭄바 민주콩고 총리 피살 연루 혐의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독립 영웅인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가 살해된 지 65년이 지나 이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90대 벨기에 외교 거물이 재판을 받게 됐다.
벨기에 법원은 루뭄바를 불법 감금하고 이송하는 데 관여한 역할과 관련해 '전쟁 범죄' 참여 혐의로 기소된 에티엔 다비뇽 백작에 대해 재판 개시를 결정했다고 AP, AFP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다비뇽 백작은 1961년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민주콩고에서 벨기에 초급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고위급 외교관까지 경력을 쌓은 그는 그동안 자신의 범죄 관여 혐의를 부인해 왔다.
다비뇽 백작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2주 내 항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980년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지낸 다비뇽 백작은, 루뭄바 유족들이 2011년 살해에 관여했다고 고발한 10명의 벨기에인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루뭄바 유족들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벨기에의 식민 과거를 직시할 수 있는 역사적인 조치라면서 환영했다.
벨기에 식민 통치를 강하게 비판했던 루뭄바는 1960년 민주콩고가 독립하자 만 34세의 젊은 나이에 초대 총리에 올랐다.
그는 그러나 취임 2개월 만에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고 민주콩고에서 분리 독립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남동부 카탕가주로 넘겨져 1961년 1월 17일 즉결 처형됐다.
그를 직접 처형한 이들은 민주콩고인들이지만, 그 배후에서 벨기에가 옛 식민지 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루뭄바 살해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범인들은 루뭄바의 묘지가 순례지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시신을 절단한 뒤 산(酸)으로 녹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시신 처리에 가담한 벨기에 경찰 간부는 일종의 '사냥 트로피'(hunting trophy)로 루뭄바의 금니를 챙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벨기에 당국은 루뭄바 유족이 소송을 제기하자 2016년 경찰 간부의 딸이 갖고 있던 금니를 압류한 뒤 2022년에야 민주콩고에 이를 돌려줬다.
민주콩고 정부는 조국으로 봉환된 루뭄바 금니 한 점 유해를 피살 61년 만에 수도 킨샤사에 안장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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