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법안 쏟아졌지만 법사위 계류…결국 또 여성 사망
순식간에 살인·폭행 번지는 스토킹…"이게 진짜 민생 법안"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과거 스토킹 참극이 벌어지면 제도 개선 목소리와 함께 쏟아지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32건이 전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입법 논의가 정쟁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진 결과다. 그 공백을 틈타 지난 14일 남양주에선 스토킹 살인사건이 또 벌어졌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32건이다.
이중 15건은 지난해 7월 울산과 경기 의정부, 대전 등에서 연이어 스토킹 및 교제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제출됐지만, 반년 넘게 법사위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의 경우 검찰·사법개혁 등 첨예한 쟁점이 몰려있다. 아울러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가진 법사위가 '게이트키퍼' 역할까지 도맡아 여야가 목소리만 높이다 회의가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부터 시행됐지만 신생 법안인 만큼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계류 법안 32건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방지할 개선책이 다수 발견됐다. 대표적인 개정안이 잠정조치 청구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피해 신고가 이뤄진 뒤 순식간에 살인·폭행 범행으로 번지는 스토킹 범죄 특성상 피해자 보호 공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법원에 직접 청구하거나(지난 2월 발의), 피해자가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지난해 6월 발의)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경우 경찰이 잠정조치(접근·연락 금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남양주 사건의 경우에는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경찰이 검토만 하다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일본 현행법을 참고해 지난해 1월 '서성거리는 행위 및 기타 그 밖의 행위'를 스토킹 행위에 새롭게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울산 사건의 경우 집 앞에 가해자가 서성인다는 등 두 차례 112 신고가 먼저 이뤄졌다. 이후 100m 이내 및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가 내려졌지만, 가해자는 이를 어기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중태에 빠뜨렸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법원에 직접 잠정조치를 청구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아 허울뿐인 대책에 그쳤다.
피해자의 절박한 요구에도 스토킹 관련 법안이 뒷순위로 밀리는 데는 이른바 '자기 정치'와 정쟁에 매몰된 국회 구조가 먼저 원인으로 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스토킹 관련 입법 활동이야말로 진짜 민생인데, 국회가 외치는 민생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의지만 있다면 검찰개혁 관련 법안보다 먼저 통과시킬 수도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예방을 위한 입법 활동에도 소극적이다. 이미 벌어진 이슈로 주목을 끌고 입법 동력을 얻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국회의 관행이 됐다.
스토킹처벌법도 마찬가지다. 2023년 6월 반의사불벌죄 조항 등이 폐지된 게 마지막 개정안 통과인데 이 또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피해자 이름을 딴 이른바 '○○이법'도 사회적 경각심과 함께 입법에 속도를 내는 상징적 수단이 되지만, 역시 사후 대처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 울타리 안에 갇히면 정치적 이슈에 사로잡혀 여의도 너머에 있는 일반 시민들을 보지 못한다. 이번 사태가 전형적 케이스"라고 말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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