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KBO리그에서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운 투수는 총 22명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 선수는 구단당 1명 수준인 10명에 불과했다.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 기존 베테랑을 제외하면 새로운 자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진이 수년째 비슷한 구성에 머물면서, 세대교체가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리그는 외국인 투수 2명의 역할을 선발로 고정한다. 이들을 주로 중간계투나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는 일본 프로야구(NPB)와 달리, 외국인 투수를 로테이션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국내 투수들이 경쟁할 수 있는 선발 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 구단 운영팀장은 "대부분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다. 작년 코디 폰세(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활약한 한화 이글스처럼 특정 선수가 잘해주면 팀 성적이 크게 향상한다"며 "국내 선발이 5선발까지 확실히 자리 잡은 구단은 없다. 시간을 두고 유망주를 육성해야 하는데, 구위가 좋으면 불펜으로 먼저 활용하다 보니 선발로 키우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올 시즌엔 아시아쿼터까지 도입됐다. 아시아쿼터는 기존 외국인 선수 정원(팀당 3명)과 별도로 아시아 지역 국적 선수를 포지션 구분 없이 1명 추가 등록할 수 있는 제도. 10개 구단 중 KIA를 제외한 9개 구단이 투수를 선택했고, 대부분 '선발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되면 국내 선발 자원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두 자리로 제한된다. B 구단 관계자는 "고영표(KT 위즈)나 류현진(한화)처럼 베테랑 선발 자원을 보유한 구단이라면 다른 선수가 사실상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선발 육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아마추어부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A 구단 운영팀장은 "학교 수업을 병행하다 보니 투수들의 훈련량이 너무 적다. 하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선수도 많은데, 구속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경기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150㎞/h를 던진다고 해도 실제 평균 구속은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특정 지역은) BC(Baseball Club·학교 운동부 대신 방과 후 훈련 중심의 클럽팀)의 수준 차이가 심하다"며 "선수가 부족하면 인원만 채우고, 투수가 없으면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오기도 한다. 잘하는 선수끼리 경쟁해야 실력이 오르지 않겠나. 야구계 전체가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C 구단 육성팀장은 "국내 선수에게 선발 한 자리를 보장하면 육성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선수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며 "신인 선수들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 축구처럼 (연고지)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해 어릴 때부터 프로 구단이 체계적으로 선수를 키우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야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7년 만에 대회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아시아 라이벌' 일본과 대만에 연이어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17년 만에 본선(8강)에 갔다고 만족할 게 아니다. 상황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23년 대회보다 더 심각하다"며 "선발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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