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유가 상승으로 항공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항공기 발주는 오히려 줄지 않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대형 발주가 이어지면서, 비용보다 기체 확보가 우선되는 항공기 시장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 전쟁 이후에도 이어진 대형 발주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제 글로벌 항공기 시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대형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발주 규모 자체도 크게 늘어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 국적 항공사인 에어인디아는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인 2023년 에어버스와 보잉으로부터 총 470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약 700억달러(약 10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같은 인도 국적의 저비용항공사(LCC) 인디고는 같은 해 단일 항공사로서는 상용기 주문 역사상 최대 규모인 A320 계열기 500대를 주문했다. 이는 기존 항공사 발주 규모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글로벌 항공기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외에도 터키항공은 2023년 에어버스 항공기 220대를 추가 주문했고, 중동 신생 항공사인 리야드항공은 보잉 787 항공기를 최대 72대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흐름은 항공기 제조사들의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에어버스는 지난달 19일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2025년 상용 항공기 부문에서 약 1000대의 신규 주문을 기록해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가 8754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2025년 항공기 시장에서 매우 강한 수요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보잉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보잉은 주주서한을 통해 2025년 상용 항공기를 포함한 전체 수주잔고가 5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주요 기종은 이미 수년 치 생산이 이미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전쟁 이후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항공기 발주가 유지되는 수준을 넘어 확대되는 흐름까지 보여주고 있다.
◇ 공급 부족·생산 지연…“지금 안 사면 못 받는다”
이처럼 항공기 발주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공급 부족과 생산 지연이 꼽힌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항공기 인도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피터 엘버스 인디고 최고경영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항공기와 엔진 공급 지연이 이어지면서 기체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항공사의 성장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기 제조사 역시 공급망 병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연례 기자회견에서 엔진과 주요 부품 공급 차질이 생산 확대의 제약 요인이라면서 생산 속도가 공급망 안정성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잉도 협력업체 생산 능력과 품질관리 문제 등이 항공기 생산 정상화 속도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항공사들의 발주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항공기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원하는 시점에 기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년 전부터 주문을 넣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 업체인 에어캡(AerCap)은 실적 자료를 통해 “항공기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항공사들이 생산 슬롯 확보를 위해 조기 주문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항공기 시장이 ‘가격보다 인도 시점 확보가 더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 항로 늘고 시간 길어졌다…항공기 수요 견인
전쟁 이후 항공 운항 환경 변화도 항공기 수요를 늘리고 있다. 러시아 영공 폐쇄와 중동지역 공역 불안으로 항공사들은 기존 항로를 우회해 운항하고 있어 일부 노선의 비행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러한 우회 운항으로 항공기 회전율이 낮아질 경우, 같은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항공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2025 IATA 항공수요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항공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동과 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상회하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항공 수요가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기단을 줄이기보다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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