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속 동물들, 아직도 꿈에”...피해 주민 87% PTSD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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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속 동물들, 아직도 꿈에”...피해 주민 87% PTSD 위험

투데이신문 2026-03-18 14:31: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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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북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산불 피해 사과 농장에서 한 농장주가 불에 타 바짝 마른 사과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4월 경북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산불 피해 사과 농장에서 한 농장주가 불에 타 바짝 마른 사과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밤이 되면 우울감을 느끼고 산불로 인해 많은 동물들이 죽은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멧돼지, 고라니 등 동물들이 불에 쫓기고 죽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이 꿈에 자꾸 나옵니다.”_안동 산불 피해 주민 A씨

18일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와 녹색전환연구소,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가 영남 초대형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불 피해 주민 대다수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위험에 놓여 있으며 행정기관의 피해 평가가 실제 체감과 괴리를 보이고 있었다.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으로는 주거 지원과 행정절차 안내가 꼽혔다.

조사는 지난해 10월 20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안동·의성·영덕에 실제 거주하는 피해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32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응답자 296명 중 60세 이상이 약 82%를 차지해 고령층 비중이 매우 높았다. 거주 기간도 40년 이상 장기 거주자가 51%에 달해 오랜 기간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의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복수응답)은 주택 피해가 2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생계수단 피해 161건, 영업장 피해 112건, 신체 피해 26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안동은 생계수단 피해, 영덕은 주택 피해, 의성은 영업장 피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피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손실과 행정기관의 피해 평가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주택 피해의 경우 피해 체감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 모두에서 행정기관이 피해를 과소평가했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66%, 72%로 확인됐다.

영업장 피해에서도 같은 경향이 파악됐다. 피해 체감이 높은 집단에서는 84%가 과소평가됐다고 응답한 반면 피해 체감이 낮은 집단에서는 55%가 같은 응답을 했다. 보고서는 영업장 피해의 경우 휴업 기간 중 발생하는 간접 손실과 미래 수익 손실까지 포함되지만 행정 산정 기준에서는 이를 명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에 마련된 선진이동주택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이재민이 옷가지를 정돈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해 4월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에 마련된 선진이동주택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이재민이 옷가지를 정돈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을 묻는 조사에서는 주거 안정(482점)과 행정 지원(336점) 수요가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 문항은 복수응답으로 받은 1~3순위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됐다.

이 가운데 안동에서는 행정절차 안내 수요가 두드러졌다. 안동은 가중치 기준으로 행정절차 안내가 162점으로 주거 지원 138점을 앞섰고 의견 제시 및 참여 지원도 108점으로 세 지역 중 가장 높았다. 나머지 두 지역에서는 주거지원에 대한 필요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안동 지역 산불 피해 주민 A씨는 “피해자들은 자신이 어떤 법의 지원 대상인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별법 시행령 초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안동시는 이 정보를 잘 모르고 있고 주민들에게 전달도 하지 않고 있는 무능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산불 이후 심리적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IES-R-K(사건충격척도)를 활용했다. 전체 응답자 293명의 평균 점수는 51점으로 ‘심각한 PTSD 위험’ 범위에 해당했다.

전체의 87%인 256명이 PTSD 위험군(25점 이상)에 속했고 이 가운데 67%인 197명은 40점 이상으로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한’ 위험 수준으로 분류됐다. 정상 범위 응답자는 22명, 전체의 7.5%에 그쳤다.

지역별 평균 점수는 안동 47점, 영덕 53점, 의성 53점이었다. 안동은 전체의 85%가 위험군에 해당했고 영덕은 87%, 의성은 90%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영덕과 의성은 ‘매우 심각한 PTSD 위험’ 비율이 각각 42%로 높았다.

다만 행정기관이 제공한 심리지원 서비스의 이용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 299명 중 약 42%만이 심리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58%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지원 형식은 1대1 대화 상담이 75%로 가장 많았다. 심리지원을 경험한 124명 중 32%만이 효과를 느낀 것으로 집계됐다.

심리지원을 받지 않은 응답자 가운데 58%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용하지 않았고 27%는 관련 서비스 자체를 몰랐다고 답했다. 서비스를 알고도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필요하지 않아서가 약 28%, 시간이 없어서가 19%,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가 11%였다.

연구진은 “영남 초대형 산불 피해에 노출된 세 지역은 연령, 거주 특성, 피해 유형 면에서 재난 복구 관련 정보 접근성, 복구 역량 등 취약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산불특별법의 이행에 있어 인구학적 구성 및 피해 유형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및 소통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난 복구비 지원 기준이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개선 ▲재난 복구비 단가의 현실화 ▲농·축산·임업, 식품서비스업 등 업종별 특수성의 재난 복구비 반영 ▲복구비의 종류와 기준, 지급 금액 및 일정의 불명확성 개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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