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예금 이탈과 수익 구조 변화 등 은행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은행이 반드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금융 인프라와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여성경제신문 제10회 금융포럼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 인프라 지각 변동’에서 발제를 맡은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시대에도 은행이 가진 구조적 강점은 여전히 크다”며 “핵심은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설계자로 나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신뢰·데이터·규제···은행의 구조적 강점
이 연구위원은 은행의 핵심 경쟁력으로 신뢰와 규제 기반을 꼽았다. 수십 년간 축적된 고객 신뢰와 예금자 보호 제도 금융 인가 체계는 신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급여 계좌 대출 카드 보험으로 이어지는 고객 데이터와 결제 인프라 운영 경험이 더해지면 은행은 여전히 금융 생태계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인프라 구축을 직접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은행들도 이를 새로운 금융 인프라 사업으로 보고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JP모건은 기업 간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JPM코인’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플랫폼 ‘키넥시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하루 평균 약 2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며 기업 간 결제와 유동성 관리에 활용된다. 시티은행도 ‘Citi Token Services’를 통해 무역 금융과 즉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토큰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각국 규제 환경도 은행 중심 발행 구조로 이동하는 추세다.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했고 유럽연합은 MiCA 규제를 통해 전자화폐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신용기관에 허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미국에서도 은행 자회사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이 논의 중이다.
NIM 축소···수익모델 재편 불가피
스테이블코인 환경에서는 은행의 수익 모델 변화도 불가피하다. 기존 은행 수익의 핵심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순이자마진이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예금 기반이 약화되면서 순이자마진 중심 구조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금융 서비스 기반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준비자산 수탁 서비스 암호자산 보관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담보 대출 발행·유통 수수료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금융 서비스 등이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프로그래머블 금융···서비스 구조 변화
특히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프로그래머블 금융은 은행 서비스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공급망 금융에서는 납품 확인과 동시에 대금이 자동 지급되고 부동산 거래나 인수합병에서는 조건 충족 시 결제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에스크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금융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이론적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금융 중개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시스템은 부분지급준비제도를 기반으로 예금을 대출로 확대하는 통화승수 구조로 작동한다. 그러나 예금이 스테이블코인 지갑으로 이동하면 은행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면서 신용 공급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기술이 아니라 금융 중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며 “예금 감소는 대출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산업의 지각변동”이라며 “은행이 단순히 위협에 대응하는 피해자가 될지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는 주체가 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민병덕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김종현 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이 참석해 축사했다. 세션1에서는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고 차현진 호서대학교 교수는 ‘통화정책 관점에서 본 스테이블코인’을 발표했다. 이어진 세션2에서는 주현철 한국은행 머니앤뱅킹 미래포럼 자문위원이 좌장을 맡고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홍은표 블록체인법학회장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 박혜진 서강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순이자마진(NIM)=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의 금리와 대출·투자에서 얻는 금리 차이를 뜻한다. 은행의 대표 수익 지표로 예금 유출이 늘거나 금리 경쟁이 심해지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블록체인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계약 프로그램이다. 중개자 없이 지급·결제·정산이 가능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활용된다.
☞부분지급준비제도=은행이 예금 전액을 보관하지 않고 일부만 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로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예금보다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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