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차주들조차 신용대출 금리가 5%를 웃돌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고신용자 증가로 신용평가 변별력이 약화된 점까지 겹치면서 대출금리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등급 차주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3.96%에서 5.46%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1월 기준 신용점수 951~1000점 차주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4.29~4.89% 수준이었으나, 불과 몇 달 사이 금리 상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대출금리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최근 채권시장 금리 상승이 꼽힌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이 흐름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연초 3.4%대에서 최근 3.877% 수준까지 상승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최근 신용사면 등으로 고신용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신용점수의 변별력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점수만으로 차주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구분하기 어려워지자 금리를 높이거나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채 5년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4~6.74%, 변동형(6개월 기준)은 연 3.61~6.01%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한 은행권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는 2월 기준 2.82%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나 '빚투'(대출 투자)에 나선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이 여전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차주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당분간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 흐름과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대출금리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