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와 베니스 비엔날레의 파트너십을 알리는 키비주얼 이미지. 베니스 비엔날레를 상징하는 사자상과 주얼리의 하모니로 해석된다.
로만 하이 주얼러 불가리(BVLGARI)가 2030년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La Biennale di Venezia)의 독점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 단순한 문장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다양한다. 일단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거대한 이벤트의 성격부터 살펴보자. 베니스 비엔날레는 2년에 한번 열리는 현대 미술 엑스포 혹은 올림픽이다. 아트 바젤이나 프리즈가 갤러리들이 모여 잠재 고객들과 만나는 미술 장터라면, '아트 비엔날레'는 각 국가가 자신들의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큐레이터와 작가를 선정하고 선보이는 자리다. 2년에 한번 열리는 미술 축제, '비에니얼', '바이애뉴얼', '비엔날레' 등으로 불리는 행사가 베니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85년 창설된 세계 최초의 비엔날레라는 점, 지금까지 그 최고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는 점에서 세상의 모든 비엔날레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며, 그냥 비엔날레 그 자체다.
불가리의 독점 파트너십을 발표 중인 폰다치오네 불가리의 매니징 디렉터 마테오 모르비디.
그 명성에 맞게 워낙 어마어마한 작가들이 국가와 기업의 지원을 받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형 작품들을 내놓는다. 전시로만 볼 때, 베니스 비엔날레의 몸통은 '자르디니 델라 비엔날레'라는 비엔날레 공원이다. 베니스 본섬 끝자락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공원이다. 한바퀴 도는 데 이십분 정도 걸리는 이 공원 안에 주요 29개국의 국가관('파빌리온'이라 부른다)이 다닥다닥 모여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 29개국 외에는 몸통 전시장인 자르디니 바깥에 파빌리온을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이 스물 아홉번째로 자르디니 안에 국가관을 소유한 소위 '예술 선진국 중 막내'였으나, 올해 카타르가 자르디니 안에 진입하며 막내에서 두번째로 격상 할 예정이다.
로터스 강의 모습.
불가리가 이 베니스 비엔날레와 맺은 계약은 '독점 파트너십'이다. 그냥 돈을 내고 로고를 다는 스폰서십과는 그 방향이 다르다. 일단 '독점'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주얼리 브랜드도 베니스 비엔날레의 스폰서가 될 수 없다. 계약 기간은 자그마치 6년. 2030년까지 세 번의 비엔날레를 불가리가 독차지 한다. 이것은 불가리가 주얼리 하우스를 넘어 예술의 후원자이자 동시대 예술계의 플레이어로 움직이겠다는 결사표다. 불가리의 라우라 부르데제 불가리 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리는 향후 세 차례에 걸쳐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의 독점 파트너로 함께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예술을 후원하고, 대화와 혁신 그리고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보편적 언어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겠다는 불가리의 분명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창조성이 지닌 힘을 기리는 동시에, 영감과 장인정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적 탁월함을 향한 메종의 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로터스 강의 필름 작업. Molt (Woodridge-New York-Berlin-), 2024 - 2025 Tanned and unfixed film (continually sensitive), spherical magnets, cast aluminum kelp knots, photograph, tape, steel wire and steel tubes. Courtesy of the artist . Photo Andrea Rossetti
스폰서가 아닌 '파트너십'의 또 다른 의미는 불가리가 전시 공간을 연다는 점이다. 무려 자르디니 안에 있는 스파치오 에세드라(Spazio Esedra)에 불가리 파빌리온이 생긴다. '스파치오 에세드라'는 자르니디 안의 센트럴 파빌리온 근처에 있는 열린 공간으로 그동안 비엔날레는 이 공간을 자르디니 안에 국가관이 없는 다른 국가의 일회성 전시를 유치하는 '특별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불가리가 이 공간에 파빌리온을 짓거나 그에 준하는 구조물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 어떤 브랜드도 브랜드 자체의 파빌리온을 자르디니 안에 지은 역사가 없다.
Tract XXIV, 2025 cast aluminum anchovies, cast bronze lotus root, metallic twist ties, nylon Approx. Installation visual.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Paul Salveson
한국인으로서 콧대가 우쭐해지는 소식도 있다. 1985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작가 로터스 강이 이 역사적인 불가리 파빌리온의 첫 전시 작가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1985년 토론토의 한인 이민자 가정에 태어난 로터스 강은 현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 미술 작가다. 여러 미디엄을 다루는 그의 작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사진용 필름과 인화지. 그는 이 재료를 암실이 아닌 빛이 드는 공간, 가끔은 구조화한 온실 공간에서 일부러 노출시켜 서서히 변하게 만들었고,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변모의 과정 자체를 전시장에 들여온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자못 감정적으로 필름을 피부처럼, 온실을 디아스포라의 서사처럼 다루며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소멸을 이야기한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에서 선보일 신작은 불가리 파빌리온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커미션 설치 작품으로, 불가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간을 단선적인 흐름이 아닌 다층적이고 비선형적인 개념으로 확장해온 작가의 탐구를 이어가며, ‘되어감(becoming)’이라는 질문을 공간적으로 구현한다"고 밝혔다.
창작을 지원하는 일은 곧 자유를 지지하는 일이라는 신념 아래, 불가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고대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적 행보를 이어왔다. 역사적·예술적 유산의 보존과 향상은 불가리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며, 과거의 지식과 현재의 혁신적 정신을 결합한 새로운 메종의 언어를 창출해왔으며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영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은 다양한 문화유산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왔다. 베니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의 스칼라 도로(Scala d’Oro) 복원과 무라노 산 피에트로 마르티레(San Pietro Martire) 성당에 소장된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의 회화 복원 참여를 비롯해, 로마에서 진행된 여러 프로젝트는 도시와 맺어온 메종의 깊은 유대를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로마 트리니타 데이 몬티(Trinità dei Monti) 성당의 스페인 계단 보존 복원, 카라칼라 욕장(Baths of Caracalla)의 다채색 모자이크 바닥 복원, 토를로니아 컬렉션(Torlonia Collection)의 대리석 보존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동시대 예술과의 지속적인 대화 또한 중요한 축을 이룬다. 불가리는 2024년 설립된 폰다치오네 불가리(Fondazione Bvlgari) 후원 아래 로마 국립 21세기 현대미술관(MAXXI – National Museum of 21st Century Arts)과 협력해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MAXXI Bvlgari Prize)’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7년 제10회를 맞이할 예정이다. 또한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와의 파트너십에 이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과의 독점 파트너십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예술을 향한 지원을 확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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