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여객과 화물, 국제선 노선망,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의 외형 변화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항공의 본질적 변화는 항공운송을 넘어, 항공기 정비·개조(MRO), 무인기, 위성 구조물, 발사체, 미래 항공 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항공우주 산업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있다. 대한항공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항공우주사업본부가 항공기 부품·무인항공기·발사체의 설계·개발·제조와 항공기 개조 및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KS Q 9100과 국방품질경영체제(KDS 0050-9000) 인증을 기반으로 항공·우주·방위산업 제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해당 사업이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이미 품질 인증과 생산 기반을 갖춘 독립된 산업 축임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사업은 외형 확장이 아니라 '본업의 고도화'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항공산업의 경쟁력은 단순 운송에 머물지 않고, 안전 운항, 정비, 개조, 부품 공급, 비행체 개발, 인증 역량이 결합될 때 비로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된다. 대한항공은 오랜 민항 운항과 정비 경험을 기반으로 축적된 안전·품질·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우주·방산 영역까지 확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2025년 이사회에서는 UH/HH-60 성능개량 사업 계약과 항공우주사업본부 신규 행거 건립 투자가 함께 의결되며, 항공우주 부문을 일회성 수주가 아닌 중장기 설비투자가 수반되는 전략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주 분야에서의 행보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위성 구조계 개발 사업을 수주했으며, 2025년 1호기 구조계 개발 착수를 시작으로 후속 위성 개발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2021년에는 보잉 747-400을 활용한 공중발사체 개념 연구에 참여했고, 같은 해 소형 위성 발사체 사업에서는 품질보증 및 시험평가 체계 관리 역할을 맡았다. 이어 2022년에는 소형 발사체용 고성능 엔진 개발에 착수했고, 2026년에는 5m급 위성 안테나 전개 시스템 시험에도 성공했다. 각각의 사업은 개별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위성 구조물–발사체 구성품–엔진–탑재체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우주 밸류체인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항공이 단순 운송 기업이 아니라 제조와 체계통합 역량을 갖춘 민간 우주 산업 플레이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인기와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분야에서도 전략은 일관된다. 대한항공은 DSK 2026에서 AI 기반 차세대 무인기와 AAM 기술을 공개했고, 2025년에는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무인기 공동 개발 및 생산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UAM Team Korea의 항공사 참여 기업으로서 국내 최초 UAM 운용개념서를 발간하고, 정부 실증 사업과 연구개발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 기술 확보를 넘어, 실제 운항·안전·정비·인증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 서비스 시장에서 운영 주체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물론 현재 기준에서 항공우주 사업이 대한항공 실적의 중심 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한항공의 2025년 4분기 별도 매출은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며, 같은 해 IR 자료 기준 항공우주 매출은 약 1700억원 규모로 여객·화물 사업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 다만 산업 구조는 다르다. 여객과 화물은 경기와 유가, 환율에 영향을 받는 반면, 항공우주·방산·MRO 사업은 장기 계약과 인증, 기술 축적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한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항공우주 부문이 2025년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연간 기준으로도 2019년 이후 흑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이 인천 운북지구에 엔진 정비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구조 전환의 연장선에 있다.
결국 대한항공은 '운송 기업'에서 '항공우주 산업 기업'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객과 화물 중심의 단일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정비, 기체개조, 군용 플랫폼 성능개량, 무인기, UAM, 위성 구조계, 발사체 구성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 가치 평가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요소다. 특히 국가 기간교통망 운영 경험이 방산·우주와 결합될 경우, 단순 제조업체보다 높은 신뢰성과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의 진짜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승객을 수송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어떤 비행체를 만들고, 개조하고, 유지하며, 나아가 우주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시장이 이 변화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한다면, 대한항공에 적용돼 온 전통적인 '항공사 디스카운트' 역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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