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을 향한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미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위함 파병 요청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단독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제거했다고 밝혔으며,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에 나섰다.
이에 이란은 '가혹한 복수'를 거론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 중동 사태는 장기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나토·한일등 도움 필요없다"…이란 미사일기지 벙커버스터 타격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해제하기 위한 군사행동에 나섰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7일 엑스(X) 계정을 통해 "몇시간 전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을 따라 있는 이란의 미사일 기지들에 5천 파운드(약 2.3t)급 벙커버스터(지하 관통탄) 여러 발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지들에 배치된 이란의 대함 순항미사일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국제 선박들에 위협이 되고 있었다고 중부사령부는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 나토 등 동맹국에 호위함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반대 입장을 내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더 이상 지원이 필요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일본, 호주나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 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미군의 미사일 기지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親트럼프' 대테러 수장 '전쟁 반대' 사표…美 내부서 "준비안된 전쟁" 비판
이처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이란 미사일기지에 대해 단독 공습에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동맹 압박' 카드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맹의 지원사격도 확보하지 못한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대테러기관 수장이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영 내 균열이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양심상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는 사임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 중 이란 전쟁에 반대해 직을 던진 첫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 내부에서 이번 이란 공습이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친트럼프 인사가 이탈한 것은 적지 않은 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내부에서는 이번 전쟁이 제대로된 준비가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과 세계에 전략을 설명하지 않은 채 이란과 전쟁을 일으켰으며 전쟁이 진행되면서 애당초 전략다운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트럼프에게는 이란 정권의 붕괴를 이끌어낼 뚜렷한 계획이 없다. 목표가 이란 핵물질 탈취처럼 더 소박한 것이라고 해도 목표 달성을 위한 믿을 만한 구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중동 전쟁이 낳는 예측 가능한 부작용, 즉 유가 급등과 세계 경제 악화를 초래하는 석유 공급 차질에 대한 대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이란 안보수장 라리자니 제거…레바논서 지상전 본격화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공습으로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어젯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외에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인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군은 "바시즈 민병대는 이란 테러 정권의 무장기구"라며 "솔레이마니의 지휘 아래 바시즈 민병대는 이란 내부의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작전을 폈고 시민에 대한 가혹한 폭력과 무분별한 체포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으로도 전장을 확대하고 있다.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헤즈볼라를 상대하기 위함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북부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최근 며칠 사이에 표적을 설정한 제한적인 지상전을 남부 레바논의 주요 헤즈볼라 거점을 상대로 시작했다"며 "이번 작전은 보다 광범위한 방어 활동의 일환으로, 북부 이스라엘 거주민의 추가 안전 조치를 마련하고 테러리스트들의 기반을 해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천 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이스라엘군 3개 사단이 현재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 중이며, 며칠 내로 2개 사단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레바논 지상전 개시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년 반 동안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비해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 받는 헤즈볼라와 지상전에서 단기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가혹한 복수"…권력 핵심 IRGC 초강경
이란 권력의 핵심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강경 노선을 지속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18일 성명을 통해 라리자니 사무총장 사망을 확인하며 "위대한 순교자의 피는 세계의 오만한 세력과 시오니즘에 맞서는 국가적 각성과 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명수비대는 이 위대한 순교자와 다른 순교자들이 흘린 피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복수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용감하고 굳건한 이란 순교자들의 피를 흘리게 한 범죄자들의 테러 공격에는 반드시 혹독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역시 "순교의 붉은 길은 암살로 멈출 수 없다"며 "불신과 위선의 세력이 제거되고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혁명수비대가 이끄는 이란 정권이 예전보다 힘은 약해졌지만 국내 통제력은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美·이란, 직접 대화 시작"…이견 커 협상 안갯속
한편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위한 물밑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커 아직까지 협상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측 관계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최근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윗코프 특사에게 '전쟁 종식'에 초점을 맞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이 먼저 미국에 협상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 CNN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 측이 미 중동 특사와 다른 행정부 관료들을 접촉해 외교 채널 재가동을 시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협상할 의사가 없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은 양측 모두 종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란 역시 겉으로는 '끝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이지만 정권 안전 보장과 경제 제재 해제를 종전 대가로 받아내길 희망하고 있다. 이에 조만간 양측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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