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 주주총회가 본격화되면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이 동시에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 방식부터 자사주 처리까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선제 대응과 경영권 방어 사이에서 전략 재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유한양행, 동국제약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달 말까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 시즌은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처음 반영되는 만큼, 산업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핵심 쟁점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 강화다. 개정안은 기존과 달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시행 시점은 오는 7월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제적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의결권 제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자사주 처리 방식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개정안에 따라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 소각해야 한다. 보유 또는 제3자 처분을 선택할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과 활용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보유 자사주의 약 74%에 해당하는 911만주를 즉시 소각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며, 한미약품은 계열사 보유 자사주의 70%를 소각하고 나머지 30%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자사주 소각은 주주에 대한 실질적 보상과 함께 개정 상법에 부합하는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의사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연임과 이사회 재편도 주요 변수다.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20곳 중 절반가량이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존 림 대표, 셀트리온 기우성·김형기 대표, GC녹십자 허은철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의 연임 안건이 상정된다.
업계에서는 경영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대부분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예외적으로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부각된 사례다. 최대주주 측과 경영진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대규모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내이사 후보로 오른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선임 여부에 따라 경영 체제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시즌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지배구조가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에 따른 의결권 구조 변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CEO 연임 여부 등이 맞물리며 기업별 전략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주주환원 강화와 전문경영인 체제 확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영 구조가 ‘오너 중심’에서 ‘주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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