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김기홍 회장의 3연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J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전원 찬성'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형식적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JB금융의 이사회 운영 방식은 '제왕적 지배구조'의 전형적 사례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JB금융 '제왕적 지배구조' 사외이사 전원 찬성…반대표 없는 '100% 가결 구조'
JB금융지주의 이사회 내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ESG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 CEO후보추천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가 마련돼 있다. 경영 전반에 대한 경영진 견제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하도록 설계됐지만 의사결정 과정의 독립성에 대해선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JB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번의 이사회에 이사 전원이 참석했는데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이 참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반대나 기권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개별 안건 기준으로 보면 찬성률은 사실상 100%에 해당한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 활동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자회사 CEO 후보 추천 등 핵심 인사 안건 역시 위원 전원 찬성으로 처리됐다. 인사·보수·리스크 관리 등 주요 의사결정 영역에서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전원 찬성 구조'는 금융권에서 통상적인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검증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최종 장치지만 모든 안건이 동일하게 통과되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실질적인 토론과 견제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JB금융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의결 결과에서는 의견 다양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사회 구성과 인선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JB금융의 이사회 구조는 타 금융지주와 비교할 때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반대 의견이나 조건부 찬성, 보완 요구 등이 일정 수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경우 이사회 안건 중 일부에서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재검토 요구를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 특히 CEO 선임·보수·대규모 투자 등 주요 안건에서는 이사회 내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이사회가 단순한 승인 기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반면 JB금융은 동일 기간 동안 이사회 내 이견이 외부적으로 확인된 사례가 거의 없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사회가 경영진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기홍 회장의 3연임 체제와 결합될 경우 이러한 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의결 구조 자체를 문제의 본질로 본다. 이사회와 위원회가 형식적으로는 분화돼 있지만, 실제 의사결정 결과가 동일하게 반복될 경우 내부 토론과 견제 기능이 작동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측근 인사'로 채워진 이사회…견제 대신 방어 기능 강화 논란
JB금융의 이사회 견제 기능 논란은 김기홍 회장의 장기 재임 구조와 맞물리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인사들이 김기홍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기보다는 친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JB금융는 김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6명 중 4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과 백영환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동철 사외이사 후보는 KB금융지주 부회장과 전략총괄 부사장 등을 지낸 금융권 인사로 김 회장이 과거 KB금융지주 설립 기획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동일 조직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경력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기보다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한 관계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영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후보인 백영환 변호사는 경찰과 법조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는 인선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JB금융이 지배구조 논란과 내부통제 이슈에 동시에 직면한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건 '리스크 대응'보다는 '경영진 방어'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사회가 외부 통제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규제·감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인선은 기존 이사회 구성과 맞물리며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JB금융 이사회는 외형상 사외이사 비중이 높지만 상당수가 금융당국, 시중은행, 관료 조직 등 유사한 배경을 갖고 있다. 사실상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맥 네트워크가 반복적으로 이사회에 유입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사외이사들 역시 김 회장 체제에서 장기간 활동해 온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신규 인선이 외부 견제 세력의 유입이라기보다 기존 체제의 연장선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 구성의 변화가 '독립성 강화'가 아닌 '기능 재배치'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 재임 구조와 결합될 경우 이사회가 경영진을 통제하는 기구가 아니라 오히려 제왕적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이사회 독립성과 CEO 견제 기능 강화를 제시한 상황에서 JB금융의 이번 인선은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핵심 역할은 경영진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데 동일 네트워크 인사가 반복적으로 유입되면 견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사회가 '독립적 감시기구'가 아니라 '내부 의사결정 보조기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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