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호남 출신이 대구 만만한가"…이정현 "후배에 길 열어달라"
당내선 '기업 CEO 출신 초선 최은석 염두' 관측 제기…與 김부겸 등판 변수로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가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한 현역 중진 의원들을 컷오프(공천 배제)하는 구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당사자들과 대구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는 6선 주호영 의원이 전남 출신인 이 위원장을 향해 "호남 출신인 당신이 대구를 얼마나 만만하게 봤기에 대구 중진을 짓밟나"라고 공개 비판하고, 이 위원장이 "저는 지역감정을 방패 삼아 혁신을 막는 이런 정치와 싸우겠다"고 받아치는 등 날 선 공방이 오가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18일 오전 페이스북에 "어느 의원은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싸고 공관위를 공개 비판했고 그 과정에서 '호남 출신'을 거론하며 지역 정서를 건드리는 표현까지 쓴 걸로 전해진다"며 "공천과 관련해 저를 향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 저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썼다.
이는 전날 주 의원이 '이 위원장이 강성 유튜버 고성국 씨와 가까운 이진숙 후보 밀어주기를 위해 현역 중진 컷오프를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호남 출신이 대구를 얼마나 안다고, 대구를 떠났다가 40여년 만에 돌아온 사람을 낙하산처럼 꽂으려 하나"라고 쓴 글을 받아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제가 대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대구를 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대구를 사랑하고 우리 당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장했고 이름도 알렸고 큰 직책도 맡았고 꽃길도 오래 걸었다면 이제는 세대교체와 시대 교체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중진 컷오프' 방침 고수를 재확인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길을 내줘야 할 때 오히려 자리를 더 움켜쥐려 한다면 그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가. 꿩도 먹고 알도 먹고 털까지 다 가져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의원들에게 "대구가 키운 정치인답게 더 큰 정치를 하라"고 호소했다.
또 "대구는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도시다. 그러려면 대구에 새 얼굴, 새 감각, 새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며 "저는 흔들리지 않겠다. 공천 혁신, 세대교체, 시대 교체,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중진'이라는 이유로 컷오프를 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후보로 등판할 가능성이 커진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지지세를 믿고 무리한 공천을 강행했다가 지역 여론의 반발을 사며 여당에 대구시장을 '헌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 5명을 제외한 대구 지역 의원 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장동혁 대표를 면담하고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에서도 현역 박형준 시장을 컷오프 하려는 기류가 알려지자 부산 의원 전원이 장 대표를 면담해 '이정현 공관위'의 주진우 의원 단수공천 방침이 번복된 바 있다.
아직 공관위가 대구 경선과 관련해 어떤 구상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이 염두에 두는 인물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니라 CJ 제일제당 사장 출신으로 '비비고와 올리브영 신화'를 내세워 출마한 초선 최은석 의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장동혁 지도부의 '뉴 페이스' 공천 기조에 맞춰 정치와 경제 분야 이력을 동시에 갖춘 초선 최 의원을 후보로 내세우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특히 지금 대구는 산업구조 전환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새 리더십을 언급했다.
또 대구 초선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지금처럼 공관위가 강하게 개입한다면 현실적으로 주목을 받을 분은 최 의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약에 중진 컷오프를 시킨다면 '윤어게인' 지지를 받아 선거운동 하는 이진숙 후보야말로 첫 번째로 함께 컷오프해야 시민들 기대에 맞다"고 했다.
그는 '중진 컷오프가 초선 유영하 의원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다른 사람을 다 컷오프하는 목적이 유 의원이 돼 버리면, 변화의 의미라든지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이 대구 '개혁 공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향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권'이라 할 수 있는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벌써 나온다. 다만 최고위가 공관위에 컷오프 재고를 요구하며 안건을 돌려보내도 공관위가 이를 불수용해 다시 의결하면 공천이 확정된다. 그렇게 까지 가면 당이 파국을 맞는 만큼 이전 단계에서 정치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관위는 당내 반발이 커지는 만큼 대구시장 공천 논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구 공천과 관련한 결정은 급하게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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