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시장에서의 잇따른 수주 잭팟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제2의 중동 붐'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고공행진 중인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 현장이 멈춰 서는 등 내우외환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우디발 '실용주의' 중동 붐 가시화… 수주 지형의 변화
올해 해외 건설 시장은 11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 7천만 달러(약 68조 원)를 기록하며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 프로젝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며 수주 질을 높이고 있다.
초기 주거 중심의 구상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 및 산업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이 개편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환경도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적 사업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는 추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팀 코리아'는 네옴시티의 하부 구조물 및 지하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현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멈춰선 재건축 현장… 정부 정책과 현장의 '비용 괴리'
반면에 국내 시장은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에도 불구하고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 패스트트랙' 정책을 내놓았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3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멘트와 레미콘 등 주요 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이 맞물리면서 시공사의 증액 요구와 조합의 수용 거부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사비 조정 가이드라인' 역시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쳐, 현장의 실질적인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선별 수주 넘어 '체질 개선'으로… 하반기 옥석 가리기 본격화
건설사들은 이제 단순히 수주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재편하는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수익성이 낮은 국내 주택 비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리스크가 적은 해외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 등 비주택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양극화는 2026년 하반기에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는 국내 사업장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를 것으로 경고한다. 이는 결국 시공사가 사업권을 포기하거나 조합이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 현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단순 도급을 넘어 지분 참여형 대형 프로젝트가 늘어남에 따라 자금 동원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 중심의 독과점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수주는 분명 호재지만 국내 사업의 공사비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체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정책이 공급 속도뿐만 아니라 공사비 갈등을 실질적으로 중재하고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금융 대책으로 이어져야 건설업황의 온기가 안방까지 전달될 것"이라고 귀뜀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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