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78년 ‘검찰 공화국’…이재명이 마침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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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78년 ‘검찰 공화국’…이재명이 마침표 찍었다

투데이신문 2026-03-18 10:0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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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6년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6년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검찰개혁안이 확정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를 골자로 한 이른바 ‘검찰개편’ 최종안을 확정해 정청래 대표가 17일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당정청을 뒤흔들었던 검찰개혁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공개적으로 강경파를 제어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막판 조율 과정에서 핵심 쟁점 상당 부분이 강경파 요구대로 반영되면서 오히려 대통령의 강한 개혁 의지가 선명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 지도부도 청와대와 강경파 사이에서 조율과 협력을 이끌어내며 양쪽이 수긍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한 셈입니다.

이번 최종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검찰의 수사 관여 수족이 거의 잘려나갔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검찰청법이 제정돼 독립 검찰조직이 출범했는데 무소불휘의 권력기관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번 검찰개혁안의 핵심을 보면 공소청 검사가 특별사법경찰관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이 삭제된 것입니다. 이로써 검찰과 경찰 사이의 상명하복 위계적 지휘 구조가 ‘대등한 관계’로 재설계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입건 통보 의무, 입건 요구권, 의견제기권, 영장 청구 지휘권 등 검사가 수사에 끼어들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과 권한마저도 모조리 빠졌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수사 관련 팔 다리를 통째로 잘라냈다”는 표현을 쓰는데 과장만은 아닌 셈입니다. 더 나아가 검사 직무 범위를 법률에만 규정하도록 못박으면서 시행령·훈령 등 하위 규범으로 보완수사권을 우회 복원하는 길 역시 제도적으로 봉쇄했습니다.

윤석열 정권 시절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시행령과 ‘등’ 자의 자구 등을 통해 집요하게 검사의 수사개입을 시도했지만 이제 ‘시행력 정치’같은 ‘장난질’은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검찰개혁안이 법률로 못박음에 따라 정권이 바뀌어도 시행령 등으로 되돌리게 어렵게 됐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혹시 모를 공소청 검사의 수사 개입의 다리를 끊었다”고 자신있게 선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 대표가 청와대와 법사위 강경파 사이를 조율했던 것은단순 미세조정이 아니라 검찰권 구조 자체를 갈아엎는 수준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중수청법에 담겼던 ‘수사 개시 시 검찰 통보’ 조항과 검찰 의견 청취 장치 역시 삭제되면서 검찰은 더 이상 수사의 초입 단계부터 사건에 발을 담글 수 없게 됐습니다. 이제 경찰과 중수청은 수사를,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기준으로 보면 70년만에 수사와 기소의 일체 ‘독점’ 구조가 깨지는 순간입니다.

이번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사의 수사 개입 차단을 법률로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 등으로 검사 수사 개입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됐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이번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사의 수사 개입 차단을 법률로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 등으로 검사 수사 개입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됐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최종 검찰개혁안이 도출되기 전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소문과 마타도어도 난무했습니다. 특히 민주당 일부 강경지지층은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후 마음이 변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검찰개혁안에 대한 선명성 투쟁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선명한 개혁안마저 수용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검사의 관여 여지가 있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자신의 주도로 최종 개혁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힌 셈입니다.

이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공치사’를 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향후 검찰개혁의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대통령이 오롯이 책임을 진다는 뜻에 방점이 찍힙니다. 그동안 일부 강경파가 요구하는 ‘급진적’ 검찰개혁을 대통령이 속도 조절하며 막고 있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핵심 쟁점에서 대통령이 한 발 더 나간 셈이 됐습니다.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기존 안을 비판해왔던 추미애 김용민 의원이 최종안 발표 자리에 함께 선 것도 강경파를 향한 대통령의 ‘제동’이 아니라 ‘관철’에 가까웠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힙니다.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박은정 류삼영 등 강성 개혁파가 박수를 치며 이 대통령이 화룡정점을 한 검찰개혁안을 지지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결국 강경파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며 검찰개혁 파동은 막을 내리게 됐지만 이번 갈등을 계기로 당정 간 의사소통 부재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갈등 의제일수록 정말 진지하게 터놓고 숙의해야 한다”며 첫 정부안 발표 이후 두 달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과정을 짚고 넘어갔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진보개혁4당 ‘검찰개혁 국민동의청원’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진보개혁4당 ‘검찰개혁 국민동의청원’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나중에 보고 나면 나는 듣지도 못했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하튼 터놓고 지겨울 정도로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검찰개혁안을 둘러싼 당정 간 조율 부재와 책임 회피를 향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대목으로 읽힙니다.

민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검찰개혁에서 드러난 당정의 소통 부재와 일부 강성 지지층의 장외 압박 여론전이 여과 없이 정책 수립 과정 자체를 오염시키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있었다. 강성 지지층에서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거나 왜곡되고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은 향후 개혁 과제 추진 과정에서는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최종안의 승자가 강성 지지층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과 타협했다’는 의혹은 애초부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이 “결국 밀어붙이면 우리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식의 자기확인 효과를 과시하려 한다면 앞으로도 개혁은 본질을 벗어나 세력과 계파 대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정치는 ‘검찰 이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검찰 중심의 수사·기소 구조를 해체하는 데 성공했다 해도 그 권력이 경찰과 중수청으로 고스란히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면 문제의 본질은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관련 발언한 1월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관련 발언한 1월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반드시 바로잡겠다"라며 "같은 맥락에서 검찰개혁 역시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검찰의 과도한 권한과 정치적 편향이 문제였다면 이제부터는 경찰과 중수청의 권한 통제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새로운 쟁점이 됩니다. 경찰이 이번 개혁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요소 중 하나는 사건이 경찰과 중수청이 동시에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하려고 할 때 그 우선권을 중수청에 주게 됐다는 것입니다.

중수청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자 경찰은 “동일 사건을 둘 다 인지했을 때 결국 중수청이 우선권을 행사하게 된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는 ‘검찰->중수청’으로 공룡 권력기관이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검찰은 이름만 남고 이제 해체 수순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영감님’으로 불리던 검사들의 시대는 가고 ‘수사관’들의 시대가 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 힘이 실리는 기관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실질적인 사법구제 수단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검찰개혁은 정치인들의 계파 전쟁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와 인권보호, 그리고 억울한 범죄 피해자를 줄이는 데 그 본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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