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보도…'돈로주의' 美, 中 군용 겸한 남미 항만 확보 제동
中-러 북해항로 개척 공조…러시아산 원유 안정적 확보에 방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중동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미중 간 항만 분쟁이 부각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석유·가스 수송이 쉽지 않게 돼 대체 항로 확보가 절실해진 중국이 북해항로 개척에 힘쓰면서 남미지역에서 항만 확보에 주력하자 미국이 제동을 거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 용도로 항만 운영권을 원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인민해방군도 이용할 수 있는 군사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본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프랜시스 도노반 미 남부군사령관(중장)이 "미군은 중남미 전역에서 중국의 항만 건설 프로젝트 23건과 우주 관련 시설 12곳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노반 사령관은 "건설 방식과 관계없이 중국의 해당 시설 모두 군용을 겸한 잠재적인 이중 용도 자산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중남미에서 핵심 광물 채굴과 가공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국방산업에 장기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면서도 미군이 감시 중인 남미의 중국 항만·우주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이번 청문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작년 12월 '비(非)서반구 경쟁국'이 서반구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막겠다는 내용의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한 이후 중남미 지역 내 중국의 침투 상황을 확인할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SCMP는 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세기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으로 재해석한 '돈로주의'(Don-roe Doctrine) 드라이브를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남미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 국방부(전쟁부)의 서반구 담당 고위직인 조셉 휴미어는 청문회에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서 파나마 운하 및 그 주변국들에 대한 적대 세력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노반 사령관은 브라질군과 중국군이 가까이할 수 없도록 노력해왔다고 소개했다.
실제 2024년 9월 브라질군 주도의 중남미 최대 규모의 상륙 훈련인 포모사 작전에 미군과 중국군이 처음으로 함께 참여했으나, 2025년에는 미군이 합동 훈련을 거부했고, 올해는 중국군이 불참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미군은 참여할 예정이라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 5일 브라질 산토스에 본사를 둔 미디어그룹 그루포 아 트리부나 주최 행사에서 케빈 무라카미 브라질 상파울루 주재 미국 총영사는 산토스항의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권 입찰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해야 한다고 공개 요구한 바 있다.
무라카미 총영사가 언급한 '테콘 산토스 10'은 산토스항 사부지구에 건설될 신규 컨테이너 항만 시설로, 미 행정부는 중국이 해당 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하면 중국군도 이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작년 초 재집권한 이후 홍콩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보유한 파나마 운하 운영권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압박을 가해 결국 지난 1월 29일 파나마 대법원의 운하 운영권 환수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미 행정부는 아울러 2024년 11월부터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이 운영 중인 페루 찬카이항이 중국군 겸용 항구가 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도노반 사령관은 중국이 항만 자금을 활용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 기지를 확보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이 이중 용도의 항만 프로젝트를 현실화할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해와 아덴만이 만나는 도랄레 지역에 위치한 지부티 중국군 기지는 2017년 8월부터 운영돼 왔으며 아프리카와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 해군의 보급, 평화유지군 지원, 해적 소탕 작전 등과 관련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제1회 중국-러시아 물류 비즈니스 포럼이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양측이 북해 항로 이용을 포함해 심층적인 물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북극해를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 해상 수송로인 북해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기존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목적으로 북해항로 개척에 힘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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