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①]"2012년 충격 데자뷔"…제약업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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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①]"2012년 충격 데자뷔"…제약업계 강력 반발

비즈니스플러스 2026-03-18 09:25: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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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환자 부담 완화라는 공익적 목표를 내세우는 가운데, 제약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연구개발(R&D)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약가 인하 조치가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동력을 약화시키고,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약가 규제의 정책적 필요성과 산업적 부작용 사이의 균형점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재정 안정'과 '혁신 생태계 유지'라는 두 축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제약업계에서는 정부의 강도 높은 의약품 약가 인하 정책이 시장에 미칠 충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이유로 약가 인하 정책을 확대할 방침인 가운데, 기업들은 이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체질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약값 인하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로 인해 결국 영업인력 감축이나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방식 대신 5년 단위로 5%씩 점진적으로 약값을 줄여나가는 등 보다 완만한 방식의 조정을 건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8일 첫 공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에 이어,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소위원회에서 수정안을 내놓았다. 복지부는 올해 제네릭(복제약) 산정률 40%대 일괄인하 약가 개편을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인하는 주로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의 약가를 낮춰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며, 신약·희귀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으로 설명된다.

제약업계에서는 기등재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대폭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가 과거와 동일한 행정으로 제약사만 옥죄는 방식의 약가제도 손질에 나섰다는 불만이 크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 당시에도 정부는 제약산업 체질 개선과 국민 약값 부담 완화를 약속하며 제네릭 약값을 한꺼번에 깎았다. 그러나 당시 쏟아져나온 제네릭의 양 대비 가격 졍쟁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약값 구조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정반대 결과를 도출했다는 게 제약업계의 의견이다.

즉 동일성분 의약품의 품목 수만 비대해지는 제네릭 난립 사태를 빚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복지부의 올해 제네릭 산정률 40%대 일괄인하 약가 개편이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며 14년 전의 잘못을 재차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 따른 원가율 절감을 위해 저가 원료를 사용, 고품질 제네릭 제조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수익성 낮은 필수약 생산을 즉각 중단하며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는 고용 불안만 야기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또한 제약사의 연구개발 재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정부의 약가인하 방침에 반발하는 제약업계의 모습을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사진=나노바나나
정부의 약가인하 방침에 반발하는 제약업계의 모습을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사진=나노바나나

◇약가인하 "리베이트 관행 근절 vs. 거센 후폭풍"

국내 제약산업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되며 제약 규모 중 전문의약품 비중이 90%를 넘는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매출 금액은 전문의약품 중 65% 이상을 차지한다. 

2012년 정부의 약가인하 이전까지 국내 제약업계는 산업 특성상 많은 업체들이 의사와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을 진행했다. 의약품은 의사와 약사의 처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가 2012년 약가인하를 단행하면서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고 제약사들이 신약과 연구개발에 투자해 선진화된 제약산업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와 고용 불안이 가시화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당시 특허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는 특허 만료 의약품 철수 움직임을 보였고 국내 제약사들은 광고비 재책정 양상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들은 영업조직 재정비와 함께 CSO(영업대행)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약가인하에 대응했고, 많은 제네릭 의약품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신약 출시를 가속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당시 국내 제약사들은 위약품 판매만이 아닌 CMO(위탁생산) 사업으로의 확장과, 의약품 수출을 위한 물류팀 재정비 움직임을 보였고,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지역별 인수합병을 통해 부도 상황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고 제약사들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건실한 국내 제약사에 보상체계 마련해야"

제약업계에서는 2012년 약가인하 당시의 충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해 시행될 약가인하 정책을 앞두고 혁신형 제약사 등 건실한 제약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약가 인하의 완충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약·개량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비용 투자, 고품질 제네릭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 저수익 필수약·퇴장방지약 제조를 위한 경영투자 전면에 선 건실한 제약사들에게까지 일괄약가 인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의 세계시장 진출과 블록버스터급 국산신약 창출을 실질적으로 독려할 수 있는 정책 설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가 바라는 바다.

정부는 올해 일괄약가인하의 명분을 '국산신약 창출을 위한 국내 제약산업 체질 개선'으로 삼았지만, 이는 2012년 내세운 '건강보험재정 약제비 절감'과 명패만 달라진 것이란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동시에 약가인하로 절감된 재정의 제약산업 환류 등 제약산업의 혁신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보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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