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관리들, NYT 인터뷰서 신변안전 우려…"다음은 누가 되나"
경험·정치력 풍부 라리자니 부재로 전쟁의 외교적 출구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지도부의 핵심 인사들을 잇따라 제거하면서 이란 내부의 동요가 심화하고 있다.
이란 군부와 정치 지도부 사이에서 상당히 유능한 중재자로 활동해온 라리자니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전쟁의 외교적 해법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 국가안보 책임자이자 전쟁 중 사실상 통치자였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제거했다는 소식이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전쟁의 방향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즉각 증폭시켰다고 보도했다.
NYT의 인터뷰에 익명으로 응한 이란 관리들은 특히 자신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 관리는 다른 관리들로부터 이란 지도부의 안전은 물론 자신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담긴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면서, 누가 다음 공격 대상이 될지 모두가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리는 라리자니의 피살 소식을 전하는 전화를 받고 몸이 떨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모든 지도자를 제거하고 이슬람공화국을 무너뜨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
노련한 정치인 출신으로 이란 군부와 정치 지도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라리자니가 제거되면서 이번 전쟁에서 탈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보수 성향의 이란 출신 정치분석가 하테프 살레히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라리자니가 이란 군부와 정치 지도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능한 중재자였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중대하고 위험한 시기에 라리자니의 부재는 외교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종전을 위한 저비용의 정치적 해법을 찾을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라리자니와 정치인 시절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는 알리 악바르 무사비 코에이니 미국 조지메이슨대 선임연구위원은 "라리자니는 온건한 정치인으로 여겨졌고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면서 "하지만 결국 그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CBS 방송도 분석 기사에서 이번 전쟁의 외교적 해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CBS에 따르면 라리자니는 그동안 이란 내부에서 활동하면서도 외부와의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미국과의 채널 재개를 위해 조용히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라리자니가 전쟁 와중에도 외부와의 소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이란 지도부 인사로, 동시에 체제 내에서 전폭적 신뢰를 받는 인사였다는 것이다.
CBS는 라리자니가 이란 정권 내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 중 한 명이었으며, 전쟁 자체와 전쟁을 둘러싼 정치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극소수의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CBS는 이어 라리자니가 "긴장 고조 상황을 이해하는 동시에,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서 "이런 능력 덕분에 그는 테헤란에서 위기의 양면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였는데, 그가 없다면 그런 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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