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 작전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거절한 동맹국들을 향해 “더 이상 도움은 필요 없다”며 전례 없는 분노를 쏟아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한 동맹 무용론이 재점화되자, 국제 사회는 국제 안보 지형이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철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변질을 경계하고 있다.
◇SNS로 동맹국 연쇄 저격…“보호는 일방통행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부분의 나토(NATO) 동맹이 이란 군사 작전 관여를 거부했다”고 직격했다. 그는 “미국이 매년 수천억달러를 들여 동맹을 보호하지만, 정작 미국이 필요할 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나토와의 관계를 ‘일방통행’으로 규정했다.
비난의 화살은 즉각 아시아 동맹국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은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무력화했기에 동맹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여, 사실상 안보 공조 파기에 가까운 불쾌감을 드러냈다.
◇‘호르무즈 연합’ 무산 위기…외신 “트럼프의 고립된 분노”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다국적 연합군 구성이 난항을 겪으며 촉발됐다. 미국은 해협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에 군함 파견을 강력히 압박해왔으나, 동맹국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외신은 이를 미국의 전략적 고립으로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전략에 자국 군인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 주요 나토 회원국이 파병 거부를 공식화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역시 국내 여론과 법적 제약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韓정부 “공식 요청 없었다” 선 긋기…방위비 압박 ‘먹구름’
우리 정부는 일단 냉정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을 공식 파병 요청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문서나 장관급 협의를 통한 공식 요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대중 압박 공조 요구로 전이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헌법 제60조 2항에 따라 전투 개입 가능성이 있는 파병은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라면서도 “트럼프식 안보 비용 논리가 현실화될 경우 외교적 실익 계산이 극도로 복잡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美 행정부 ‘내홍’ 격화…대테러국장 “명분 없다” 전격 사퇴
워싱턴 내부의 균열도 사태를 키우고 있다.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란 전쟁 명분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했다. 그는 “이번 전쟁이 이란의 실질적 위협보다 특정 세력의 로비로 추진된 측면이 크다”고 직격했다. 개전 이후 정책 반대로 고위 인사가 사임한 첫 사례다.
반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미 해군만으로 호송 작전을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동맹 참여의 당위성을 주장해 백악관 내 ‘엇박자’를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하는 등 대중 압박 수위까지 높이고 있어, 동맹국들의 외교적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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