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불가' 고지했어도 중대한 하자 있다면 계약 해제 가능
정부 '분쟁해결 통합기준' 제시…거래플랫폼·분쟁조정위에 조정 요청 가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하자가 많아서 바로 환불을 요청했는데 안 된다고 하네요. 중고 거래는 환불이 안 되나요?"(네이버 커뮤니티 게시글)
개인 간 중고 물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분쟁도 빈번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불 불가'를 명시했다면 하자가 있어도 환불이 안 되는지, 어느 정도의 하자여야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지, 물건을 받은 후 하자를 발견했을 때 하자 입증은 누가 하는지 등을 묻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이런 글에는 중고 거래는 개인 간 거래인 만큼 어쩔 수 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되팔이'나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글이 달리곤 한다.
실제 이런 해결책이 최선일까. 개인 간 온라인 거래 과정의 분쟁을 관할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업체를 통해 답을 찾아봤다.
◇ 정부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 제시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대표적인 법률은 소비자기본법이나 전자상거래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법들은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 위주로, 개인 간 (C2C) 거래인 중고 거래의 분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개인 간 거래는 당사자 간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민법이 적용된다는 점도 중고 거래에서의 분쟁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곧바로 민사소송을 하기란 개인에게 큰 부담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해 9월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 3개사(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와 함께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 기준'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소비자원, KISA, 중고 거래 플랫폼 3사가 참여해 만든 이 기준은 중고 거래 등 개인 간 거래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당근 등 주요 플랫폼도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분쟁 발생 시 이 기준을 참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기준은 모든 품목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과 개별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해당 품목에 관해 특별히 적용되는 '품목별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으로 구분된다.
일반적 기준은 ▲ '물건의 하자' 등 주요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 분쟁 조정 시 준수해야 할 주요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 거래 단계별 주요 분쟁 유형을 20개로 분류해 각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기준을 제시한다.
◇ '환불 불가' 고지했어도 중대한 하자 있다면 계약 해제 가능
이 중 주요 20개 분쟁 유형별 해결 기준은 일반인이 중고 거래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다.
가령 판매자가 판매 글에 '환불 불가'를 미리 고지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환불 불가 고지만으로 환불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석권 KISA 디지털 분쟁 조정지원팀장은 "원칙이 그렇다는 의미일 뿐, 상황별로 다 다르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판매자가 고지한 하자가 구체적이지 않고, 고지 내용보다 심각하다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면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직거래하면서 물건도 확인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역시 고지되지 않은 하자가 있다면 구매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거래 당시 확인 불가한 하자의 경우 결함이 과도하다면 마찬가지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판매자가 택배 발송 전 물건의 상태를 고지했다면 그 외 물품 하자에 대해선 구매자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택배 발송 전 물건의 하자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하자가 있고, 물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면 구매자는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배송 중 파손 시에는 판매자나 택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미개봉 새 상품을 거래했다고 해도 상품에 하자가 있다면 해당 상품의 하자 여부 입증은 판매자가 해야 한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을 했더라도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판매자에게 책임이 있다.
또한 물건의 하자로 인한 계약 해제 시 배송비는 판매자가 부담해야 한다.
물건의 사용에 지장이 없는 부속품의 경우 부속품 하자를 이유로 계약 해제는 불가하다.
전자제품, 의복류, 잡화, 공산품, 식품 등 9개 품목별로 흔히 발생하는 분쟁 유형과 해결 기준을 제시한 '품목별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도 있다. 이 기준에서는 하자의 정도와 함께 발견 시점에 따른 해결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경우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를 물건 수령 후 24시간 이내 발견했다면 '구입가 및 운송료 환급 또는 수리비 배상'하게 돼 있다. 그러나 경미한 하자를 24시간 이내 발견했다면 '수리비 배상'만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대한 하자를 수령 후 7일 이내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견했다면 '구입가의 50% 이내 환급 또는 수리비 70% 중 적은 금액 이내 배상' 기준이, 14일 이내라면 '구입가 30% 또는 수리비 50% 중 적은 금액 이내 배상' 기준이 적용된다. 경미한 하자라면 배상 비율이 더 낮다.
의복류와 잡화도 비슷하다.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를 수령 후 24시간 내 발견했다면 '구입가와 운송료 환급 또는 수선비 배상' 기준이 적용된다.
경미한 하자를 24시간 내 발견했다면 구입가 30% 이내 또는 수선비를 배상해야 한다.
◇ 주요 플랫폼 분쟁조정센터 운영…분쟁조정위 해결률 70% 수준
개인적인 대화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분쟁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는 모두 분쟁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당근의 경우 거래 물품의 문제와 증빙자료,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등이 담긴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채팅 기록과 거래 시점의 판매 글, 작성한 내용과 증빙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조정안 발송까지는 5~7영업일이 소요된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분쟁 건이 접수되면 상품 게시글, 채팅 내용, 이미지 등 관련 증빙자료를 확인해 사실관계를 검토한다. 상품을 사실과 다르게 고지했는지, 하자나 중요정보에 대한 고지가 이뤄졌는지, 이용자 간 거래 조건이나 사용환경에 따른 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검토 결과에 따라 안심결제 거래의 경우 환불 처리 또는 구매 확정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조정안은 권고 사항이며 신청자와 거래 상대방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하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주요 거래플랫폼은 KISA의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조정위로 넘어오는 분쟁 건수는 연간 2만건 수준이다.
이 중 상당수는 위원회 상담 과정에서 해결되기도 한다고 KISA 측은 설명했다.
조정위원은 법률 전문가를 중심으로 관련 분야 교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사건 별로 조정위원 2~3명이 참여하며 조정위 결정을 분쟁 당사자들이 수용하기로 한다면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이 있다.
장석권 팀장은 "조정위로 넘어왔더라도 이미 각 플랫폼의 조정을 거친 만큼 조정안 도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면서 "분쟁 해결률이 약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정위 결정 역시 분쟁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어 결국 민사소송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기본적인 사항 준수가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분쟁 조정의 원칙에 따라 주장 당사자가 입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판매자는 판매 전까지 명확한 증거 영상이나 사진을 남기고, 구매자도 물건을 수령한 즉시 증거를 남기는 것이 분쟁 해결에 중요하다고 KISA 측은 안내했다.
판매 글에는 기본 정보, 상태, 가격, 위해 안전 정보 등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사진 등을 첨부하는 한편 구매자의 질문에 성실히 응답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매자도 판매 글 내용을 성실히 확인하고, 게시글에 표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는 판매자에게 확인해야 한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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