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1년] ② 임시주택서 버티는 이재민들 "새집은 아직"…지원부족에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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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불 1년] ② 임시주택서 버티는 이재민들 "새집은 아직"…지원부족에 막막

연합뉴스 2026-03-18 05:01:03 신고

3줄요약

희망 잃고, 조립식 숙소에 갇힌 삶…"겨울엔 냉골 여름엔 찜통…올해 또 얼마나 더울지"

집 다 탄 주민에겐 기부금 포함 1억 지원…"새집 짓기엔 역부족"

[※ 편집자 주 = 경북 의성에서 발화해 동해안과 맞닿은 영덕까지 5개 시·군을 집어삼킨 '역대 최악' 경북 산불이 오는 22일 발생 1년을 맞습니다. 작년 3월 발생한 산불은 태풍급 속도로 번지며 여의도 면적 156배에 이르는 산지·해안을 초토화했고, 27명의 소중한 목숨도 앗아갔습니다. 3천명이 넘는 이재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을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역대급 재난이 지나고 새봄을 맞은 현재 검게 타버린 산자락은 여전하고 피해 주민들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일구며 일상 복귀를 준비하려는 움직임 또한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지구온난화 등 영향으로 일상이 된 초대형 산불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는 정부·민간 차원의 노력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경북 산불 발생 1년을 맞아 당시 아픔을 기억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그날의 현장을 다시 찾아 집중적으로 취재한 기획 기사 5편을 송고합니다.]

이재민 임시조립주택 이재민 임시조립주택

[촬영 손대성]

(의성·안동·영덕=연합뉴스) 김용민 손대성 김선형 기자 = "지난 겨울 컨테이너 생활은 몹시도 추웠는데 올해 여름에는 또 얼마나 더울지…"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2리 임시주택에서 1년 가까이 생활 중인 이수룡(91) 씨.

이씨는 지난 봄 산불에 새까맣게 타버린 집을 새로 지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그는 "원래 집 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올해는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집터 기반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 피해를 준 대형 산불로 5천49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3천800여명이 현재까지 임시주택에 머물고 있다.

다수의 이재민은 집을 잃은 데에서 오는 우울감과 임시주택 자체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영덕에서 만난 한 60대 이재민은 "전에는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방 한 칸짜리 임시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며 "가족이 와도 지낼 데가 없다"고 전했다.

그나마 임시조립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간도 2년에 불과하다.

앞으로 1년 뒤에는 비워줘야 한다.

임시조립주택 마을단지 임시조립주택 마을단지

[촬영 손대성]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대형산불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주택이 전파된 주민은 2천만∼3천600만원을 지원받게 돼 있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정부가 6천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 모인 성금을 2천만원 이상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집이 모두 탄 주민은 최소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적으로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 이재민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325영덕산불대책위원회 김진덕(69) 상임위원장은 "작년 10월 경북을 비롯한 경남·울산 산불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생활안정 지원만 있을 뿐 전소된 주택을 다시 짓기 위한 지원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불로 갑자기 삶의 터전을 잃은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택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영덕에 1천명이 넘는 이재민 중 자기 집을 지어서 나간 사람은 아마 몇 명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의성 임시조립주택에서 아내와 1년째 생활 중인 강병학(65) 씨는 "집이 불에 탔어도 다시 그 자리에서 살기 위해 집을 새로 짓다가도 자금이 부족해 공사를 멈추고, 다시 어떻게든 돈을 구해 공사를 재개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고 주민 모두가 그런 형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나 역시 새집 내부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단계인데 돈이 부족해 중단했다"며 "돈이 모이면 다시 공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주택 모델하우스 광고 전원주택 모델하우스 광고

[촬영 손대성]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에 있는 임시조립주택단지 주변에는 전원주택 건설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은 현실적으로 주택을 건립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한 80대 주민은 "새로 집을 짓는 데 한두푼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이제 곧 나이가 90세인데 집을 지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부가 거주기간을 더 연장해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전했다.

바닷가 마을인 영덕읍 노물리.

일부 식당을 중심으로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식당을 운영해온 72세 주민은 "원래 상가는 산불 피해를 봐도 지원이 없는데 그나마 2층에 살림집이 있어서 8천만원 정도 지원을 받았다"며 "2층 규모 상가와 살림집을 짓는데 3억원 넘게 들었고 그동안 영업을 못 한 것도 있으니 피해가 막심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이 주민은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과 맞닿아 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다수 주민은 복구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물리 236가구 중 208가구가 타면서 주택·축대 등이 무너져 산사태 발생 위험이 있고 아직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임시조립주택에서 만난 80대 주민은 "아직 도로도 제대로 안 돼서 집도 못 짓고 이렇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바닷가 가파른 땅에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따개비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영덕읍 석리는 대부분 집이 철거돼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해안도로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좁은 마을 골목길은 산불 피해로 파손됐거나 1년 새 자란 나무와 풀로 막혀 있었다.

겨우 찾아간 따개비마을 아래 방파제에서 바라본 풍광은 철거된 집과 비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파란색 방수포로 을씨년스러웠다.

1년 가까이 임시조립주택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언제쯤 집을 마련해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미상(66) 석리 이장은 "임시조립주택은 겨울에 전기패널을 끄면 냉방이고 여름에 에어컨 없으면 찜통"이라며 "우리 마을은 노물리와 함께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최근에 신규 원전 유치와 맞물리면서 제대로 복구도 할 수 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폐허로 변한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 폐허로 변한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

[촬영 손대성]

지난해 경북산불로 헬기 조종사 1명을 포함해 모두 27명이 숨지고 156명이 다쳤다.

또 산림 9만9천417㏊가 탔고 주택 3천819동이 반소되거나 전소됐으며 고운사를 포함해 문화유산 31곳이 탔다.

농작물 2천3㏊, 소상공인을 포함해 기업 1천68곳, 어선 32척 등이 피해를 봤다.

전체 피해액은 1조505억원, 복구에 필요한 돈은 1조8천310억원이다.

각 지역 주민단체는 산불로 인한 직접적 피해와 별도로 우울증 등으로 자살하거나 부상 후유증으로 숨진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산불 피해지역 한 주민은 "펜션을 꾸려가던 지인이 있었는데 산불 이후에 빚을 감당하지 못해 우울증을 겪다가 지난달에 생을 마감했고 또 다른 사람도 산불 이후에 뇌졸중이 와서 치료받다가 얼마 전에 숨졌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면 산불 이후 피해지역에서 숨진 사람이 27명이 아니라 40명이 넘는다고도 하는데 어느 기관도 조사하지 않아서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sds123@yna.co.kr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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