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통과하며 내민 스케이트 날 끝에서 승부가 갈렸다. 차이는 단 0.009초. 숨 막히는 접전 끝에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였다.
김길리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부 1000m 결승에서 1분28초843을 기록해 우승했다. 2위 네덜란드의 잔드라 벨제부르(1분 28초 852)와는 단 0.009초 차였다.
이후 김길리는 이튿날 열린 '주 종목' 여자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연속 이 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애 첫 2관왕을 안겨 준 1000m에서의 금메달이 더욱 값졌다. 빙판 위에서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낸 그조차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엔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을 만큼 치열했던 명승부였다.
17일 귀국 직후 만난 김길리는 여자 1000m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며 "솔직히 발을 내밀었을 때 약간 애매해서 1등인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광판을 봤는데 내가 1번으로 찍혀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어, 1등이구나' 알았다. 그때 기분이 정말 너무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자 1500m에선 과감한 주행으로 승부를 봤다. 김길리는 "원래 생각한 바퀴 수에 선두로 치고 나와서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속도가 너무 많이 붙어서 그냥 앞으로 계속 질주했다"고 승부처를 짚었다.
이러한 과감한 주행의 배경에는 올림픽 무대를 거치며 한층 단단해진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큰 대회를 치른 직후라 체력적, 심리적 부담이 컸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빛을 발했다. 김길리는 "연습 대관 때부터 스케이팅이 잘 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시합은 좀 더 자신감 있게 타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 믿음대로 경기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시즌 월드투어부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그리고 세계선수권.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기나긴 강행군 끝에 올림픽 2관왕과 세계선수권 2관왕이라는 완벽한 성적표를 받아든 김길리는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대회 활약으로 그는 차기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치지 않는 '자동 선발'이라는 값진 특권까지 거머쥐었다.
치열했던 트랙을 벗어나 이제는 달콤한 휴식을 꿈꾼다. 최근 식당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이 생길 만큼 부쩍 높아진 인지도를 실감하고 있다는 그는 "해외 휴양지로 가서 휴식을 많이 취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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