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받는 이란·레바논 유학생 일상 불안·스트레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 유학 중인 이란·레바논 학생들이 고국의 폭격 소식에 복잡한 속마음들을 현지 매체에 전했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란 학생 누르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밤 중 하나였다"고 16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회상했다.
누르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란에서 전화를 걸어왔는데 (하메네이 사망에) 기쁨에 환호하고 계셨다"고 덧붙였다.
낭테르 대학의 석사생 시린은 "하메네이의 죽음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오늘날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 전쟁이 정권 붕괴라는 결과를 낳기도 전 끝나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이란 정권이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고국의 가족과 연락하는 건 극도로 어려워졌다.
누르는 "종종 우리는 가족들이 안전한지, 심지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데 이런 불확실성을 견디기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시린의 경우 가족과 마지막 연락한 건 닷새 전이다. 당시 2분간의 짧은 통화에서 언니는 감청의 위험 때문인지 구체적인 말 없이 그냥 "모든 게 괜찮다"고만 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참전으로 이스라엘이 다시 공습을 퍼부으면서 레바논 유학생들도 매일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다.
파리에서 유학하는 사라 바라주는 "지난 11일 수요일, 잠에서 깼을 때 어머니께서 밤새 벌어진 공습이 더 이상 남부만이 아니라 베이루트(수도) 중심부까지 타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다"고 했다.
바라주는 "항상 화면에 매달려 있다. 학교에 가려고 걸어갈 때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항상 이어폰을 꽂고 레바논 TV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1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디아 마린 하이칼은 1일 밤∼2일 새벽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의 폭격이 시작됐을 때 레바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갈 곳이 없어서 차 안에서 피신해 있는 사람들을 봤다"고 떠올렸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일상에서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어디를 공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고,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문이 쾅 닫히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신의 이런 반응이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할까 두렵기도 하다. 현지 상황을 잘 모르는 프랑스 학생들과는 괴리감도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폴리테크 소르본의 학생인 카셈 칼리페도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내 고향이나 아버지의 직장이 폭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될까 봐 두렵다"고 고백했다. 칼리페의 부모는 이미 3차례나 폭격받은 레바논 지역에 살고 있다.
소르본 대학교의 레바논 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메디 아와다 나세르딘도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뒤로하고 떠났지만, 우리의 모든 생각은 그들과 함께 남아 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공부를 계속하는 건 힘들다"고 했다.
이란 유학생 시린도 같은 감정이다. 그는 "자유가 있는 나라에 살다 보면 모든 게 괜찮은 척해야만 한다. 마치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하나는 괜찮은 척하고, 다른 하나는 일이 어떻게 끝날지 몰라 괴로워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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