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함 파병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7일 각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현 장관은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등을 위해 여러 국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것이 파병 요청인지는 불확실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美루비오, 조현에 "호르무즈 안전확보에 여러국가 협력 중요"
국회 외통위, 조현 "파병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상황"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함을 파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은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중동 지역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한국 측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루비오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과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여러 국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공식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현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파병' 요청에 대한 질의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조 장관에게 미국으로부터 파병 관련 공식·비공식 요청이 있었는지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며 "파병 그 자체에 대해서는 미국 측과 논의가 있었느냐에 대해 저로서는 지금 현재로서는 답변드리기 참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되는 바와 같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이슈와 관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라든지 이런 것들에 주목하면서 한미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월 25일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있고 한국 등이 초청을 받았다"며 "아마 참석하게 되면 거기서 루비오 장관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외통위 "국회 비준 사안" "국민 안전 고려해야"
이날 외통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파병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은 침략전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파병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정부의 어려움도, 한미동맹의 중요함도 인지하고 있지만 헌법을 위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투입된다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고, 만약 이란과 적대적 관계가 될 경우 중동 전쟁 후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당 윤후덕 의원도 "전쟁상황이기 때문에 호위해서 이동하다 드론 등의 공격을 받으면 대응할 수밖에 없고, 대응하는 순간부터 참전이 된다"며 "우리 헌법에 따라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강 의원도 "아무리 우리 상선을 호위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이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며 "군함을 보내는 것은 비극의 시작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의 가치는 소중하지만 국민이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도 "국익, 한미동맹, 그리고 중동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국민의 바람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만 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도 참여해줘야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기웅 의원은 "파병이든 작전지역 확대든 청해부대가 개입할 때 국민의 안전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나"라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 국방위, 안규백 "호르무즈 군함 파견, 국회 동의 사항"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 함정 파병에 관한 공식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은 없었다"며 "SNS에 메시지를 남긴 것은 공식요청이라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공식요청이 오기 전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공개할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식 요청의 기준에 대해 "문서를 접수하든지, 문서 수발 전이라도 양국 (국방)장관끼리 어떤 협의를 하든가, 이런 절차를 공식적으로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 장관은 군함 파견은 국회 동의 사항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간다면 국회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며 "헌법에 의거해 국회동의 사항"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청해부대는 상선보호와 해적퇴치가 주 임무"라며 청해부대를 파견하는 것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패트리어트(PAC-3)와 사드(THAAD·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주한미군 방공무기의 중동 차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일부 미세 조정은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요 자산에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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