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 돼야 소나무가 변함없이 푸름을 알게 된다.” 추사 김정희는 귀양지 제주에서 ‘세한도’를 그리면서 변함없는 우정을 기리며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코앞이다. 기대가 크고 불안도 크다. 개인정보는 AI의 위협에서 안전할까. 개인정보보호법은 소나무처럼 AI 시대에도 변함없이 개인정보를 지켜줄까.
로마 지도자 야누스는 죽어 수호와 창조의 신이 됐다. 전쟁이 나면 신전의 문을 열고 앞뒤 다른 얼굴로 로마를 지켰다. 두 얼굴은 상반된 것의 조화, 창조를 뜻한다. 우상숭배를 배척하는 중세에선 속과 겉이 다른 악인을 뜻했다. AI도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정보검색, 문서 작성을 넘어 미술, 음악 등 창작을 지원한다. AI 에이전트는 온라인쇼핑, 계약 등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 AI 에이전트만 모여 대화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있다. AI 로봇은 위험지역에 다니며 일을 해준다. 좋기만 할까. 일자리를 뺏고 생명, 신체에 위험을 준다. 통제가 필요한 이유다.
개인정보는 어떤가. 이제까지 큰 사고는 기업 등 개인정보 처리자를 해킹하거나 임직원의 유출로 생겼다. 정부는 개인정보 처리자에 대한 보안조치 요구, 예방, 처벌 강화에 중점을 뒀다. AI 시대에 그걸로 충분할까. AI 챗봇은 고객과 대화하면서 건강, 의료, 취향 등 정보를 수집한다. 사람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찾는다. 정치, 사회, 문화 성향이 노출된다. AI 에이전트는 어떤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며 아이디, 패스워드, 은행계좌, 카드번호에 접근한다. AI 로봇은 몸통을 갖춰 돌아다니며 사람, 행태 등 정보를 수집, 활용한다. AI 전용 SNS에선 AI 에이전트가 모여 대화하면서 사람의 핵심 정보를 넘어 잡다한 정보가 오간다. 그렇다. AI 시대엔 개인정보 수집, 제공, 활용 등 주체와 경로가 다양해진다.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어도 수집, 제공, 활용이 쉬워진다.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넘어 기밀, 기술 등 수익성 높은 정보를 노린다. 별것 아닌 정보의 결합, 분석을 통해 개인 식별력을 높인다. 가명, 익명 처리 정보의 재식별 위험도 커진다.
AI를 활용해 시스템 침투, 정보 취득과 범죄를 지능화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어떤가. AI처럼 야누스다.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라는 이분법에 갇혔다. 가명, 익명 처리, 마이데이터처럼 활용을 허용하되 침해 예방, 사고 대응 등 보호를 위한 책임과 처벌을 높였다. AI 시대에도 통할까. 개인정보 처리자와 정보 주체의 거래와 무관한 영역에서 AI의 개인정보 수집, 제공, 활용이 늘어난다. AI 에이전트 사이에 대규모 정보 교환도 일어난다. 개인정보가 대량, 고속으로 돌아다니고 학습된다. 개인정보 처리자를 통제한다고 해결될 순 없다. AI 챗봇, AI 에이전트, AI 로봇은 사람을 닮았다. 그들이 다니는 곳은 모두 개인정보 침해, 유출 통로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금지할 순 없다. 오히려 AI 성공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법제다. 개인정보 위협에 대한 법제가 논의중이지만 아직 회의실에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정보 처리자와 정보 주체, 활용과 보호의 이분법을 벗어나야 한다. 개인정보 수집, 제공, 활용과 위협의 현실에 맞게 살아 있는 생물로서의 방어 생태계를 법제에 녹여내야 한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계, 학계와 정보 주체가 모두 협력해 방어에 나서게 해야 한다. 보안기업 육성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소나무가 한겨울에도 생생한 것처럼 AI 시대 개인정보보호법은 위협에 맞대응하고 회복탄력성 높은 살아 있는 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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