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클로즈업] 전쟁의 판도, 정보가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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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의 클로즈업] 전쟁의 판도, 정보가 뒤집는다

경기일보 2026-03-17 19:02: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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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명예교수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기준이 바뀌었다. 더 이상 총과 미사일만이 아니다. 누가 먼저 보고, 먼저 이해하며, 더 빠르게 결단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현대전은 화력 경쟁이 아니라 정보와 판단 속도의 경쟁으로 재편됐다.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론은 B—2 폭격기와 정밀 유도무기 같은 첨단 장비에 주목했지만 실제 작전의 심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였다. 위성·드론·감청·사이버 정보와 현장 휴민트(HUMINT)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실시간 분석했고 그 결과는 곧바로 작전 판단과 공격으로 이어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의 협력 정보망이 통합 체계의 중심이었다.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무엇일까. 화력이 아니라 시간이다. 군사 전략가들은 이를 ‘센서에서 슈터까지(Sensor to Shooter)’라 부른다. 표적을 발견하고 타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전장의 우위를 확보한다. 냉전 시대에는 이 과정이 이틀 이상 걸렸지만 지금은 몇 분이면 충분하다. 과거 수십명의 분석관이 수개월 검토해야 했던 정보도 인공지능(AI)은 몇 시간 만에 처리한다. 짧은 기회의 창을 먼저 잡는 쪽이 전장을 지배한다.

 

이 원리는 새롭지 않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군사력 열세였던 이스라엘은 단 6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그 중심에는 모사드 요원 엘리 코헨이 있었다. 그는 시리아 권력 핵심부에 침투해 골란고원의 군사 배치와 방어 체계를 상세히 파악했고 군 시설 주변의 유칼립투스 나무는 공습 목표를 식별하는 표지가 됐다. 1965년 체포돼 처형됐지만 그의 정보는 전쟁의 향방을 바꿨다.

 

정보는 단순한 군사 수단이 아니다. 지도자가 위험을 계산하고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정보가 충분하면 선택이 가능하지만 부족하면 선택 자체가 사라진다. 첨단 무기의 힘도 결국 정보에서 나온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지 알려주는 것이 정보이기 때문이다.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는 분석할 수 있을 뿐 정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휴민트가 없다면 AI는 눈 없는 두뇌에 불과하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고 사이버 공격과 무인기 위협도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과 동북아 군비 경쟁까지 겹치면서 안보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의 출발점은 결국 정보력이다. 상대의 의도를 미리 파악하고 위협을 조기에 감지하며 대응 전략을 준비하는 능력, 그 중심에 정보기관이 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통제와 약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권한 남용을 막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정보 역량 자체가 위축된다면 국가 안보에는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정보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년, 때로는 수십년에 걸쳐 쌓인 신뢰와 인간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한번 무너지면 복원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는 이미 AI 기반 정보전쟁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역시 위성·드론·사이버 정보와 인간 정보망을 결합한 통합 정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보기관은 단순한 비밀 조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을 움직이는 신경망이다.

 

전쟁의 판도는 더 이상 화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먼저 보고, 먼저 이해하며, 먼저 결단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국가의 눈이 흐려지면 판단이 늦어지고, 판단이 늦어지면 대응도 늦어진다.

 

눈이 느린 국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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