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의결 두고 기억·기록 달라…결정적 진술 없이 공전
재판부, 효율적 증인신문 위해 PPT 활용한 사실관계 정리 요청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과 관련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재판에서 10여년 전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기억'과 '기록'이 엇갈리며 유죄 또는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진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까지 증인신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돼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검찰과 피고인 양측에 프레젠테이션 자료(PPT)를 활용해 다툼 없는 사실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17일 최 전 지사 등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 등 손실과 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과거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였던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GJC) 전 개발총괄대표 민모씨가 먼저 증인석에 올랐다.
민씨의 경우 레고랜드 유치 초기부터 참여해 2015년 7월 해임될 때까지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최 전 지사가 레고랜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내에서 정책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도가 2024년 11월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원에서 2천50억원으로 늘린 이유 등에 대해서는 최 전 지사 측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최 전 지사 측은 당시 문화재 발굴 지연으로 인해 엘엘개발이 자금경색을 겪고 있던 데다 멀린사에서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기공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압박해 대출금을 2천50억원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나 민씨는 당시 자금경색은 없었으며 되레 최 전 지사가 추가 출자를 막았다고 증언했다.
민씨는 자신이 2015년 7월 해임된 이유가 최 전 지사 가족의 건설사 변경 요구에 대한 미온적인 응대, 춘천대교 건설 시행사 선정 과정에서 강원도의 입찰 방해 행위 목도, 엘엘개발 추가 출자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전 지사 측은 민씨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15년 10월 구속되고, 실형을 복역한 점을 언급하며 민씨의 증언을 부정했다.
민씨에 이어 2024년 1월∼2025년 1월 레고랜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이 증인석에 올랐으나 과거의 의사결정 사항들은 서류로만 접한 탓에 의결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 파악에는 한계가 있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7일과 28일, 5월 12일과 26일에도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다만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증인신문에서 언급되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PPT를 활용해 다툼 없는 사실 관계를 정리하고, 증인에게는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경험 위주로 물어볼 것을 검찰과 피고인 측에 요청했다.
이에 다음 공판기일에 각각 30분씩 변론을 듣고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 전 지사는 2014년 도의회 의결을 얻지 않고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원에서 2천50억원으로 늘리는 등의 과정에서 도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영국 멀린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도의회 의결 없이 대출금 한도액을 늘려 결과적으로 1천84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최 전 지사는 또 2018년 도의회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동의를 얻은 후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에 따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당시 엘엘개발)가 멀린사에 800억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함으로써 GJC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 전 지사와 함께 전 글로벌통상국장 A씨도 기소했다. 한때 GJC 대표를 겸임했던 A씨는 레고랜드 사업 진행과 관련해 도 지휘부와 이견을 보이다 2019년 8월 명예퇴직했다.
conany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