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한 친여 스피커 김어준 씨의 '후계자' 언급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김 씨가 김 총리를 겨냥하면서 두 사람이 충돌한 것은 서울시장 여론조사와 대통령 순방 중 국무회의 부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씨는 16일 김 총리의 방미 일정을 '대통령의 차기 주자 육성'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김 총리는 미국 현지에서 글을 올려 "어처구니없는 공상이다. 공직 수행은 무협 소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씨는 단순히 개인 유튜버를 넘어 진보 진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은 구독자 226만 명의 대형 유튜브 채널이고, 김 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는 청와대 출입 기자가 있다. 인터넷 언론사로서는 민주당에 행사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큰 셈이다. 김어준의>
민주당은 김 씨의 영향력을 정치 무대로 적극 활용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 여러 차례 김 씨의 방송에 출연했고 주요 당직자들도 당직에 인선된 후 그의 방송을 찾았으며, 선거 출마자들은 김 씨의 방송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김 씨와 함께 토론하며 사실상 그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당내 논란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정부의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공식 일정에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이면서 김 씨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일각에선 김 씨를 향한 거리두기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씨의 태도가 결국 8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어준 방송서 "김민석 방미, 차기 지도자 육성 흐름"
총리 공개 일정에 자기만의 해석 곁들여 지적
김 씨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 총리의 미국 현지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대통령 방식의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리가)'제가 미국을 아는 편이니까 적극적으로 외교 경험을 쌓아 국정에 활용하라는 게 대통령의 주문이었다'고 말했다"며 "저는 그것을 이 대통령의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잠재적 주자들에게 저런 식으로 성장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느꼈다"며 "향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덧붙이며 '잠재적 주자'라는 말로 김 총리의 차기 주자설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며 차기 당권 또는 대권을 두고 집중 분석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민석, 美현지서 즉각 반박 "사실 왜곡·정치 과잉"
김 총리는 자신의 방미 일정을 '대통령의 차기 주자 육성'이라고 주장한 김 씨를 겨냥해 "언론은 무협지 공장이 아니다"라며 미국 현지에서 즉각 반박했다.
미국 뉴욕 방문 중인 김 총리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왜곡과 정치 과잉의 비논리. 비윤리'라는 글을 올려 "(대통령이) '외교 경험을 쌓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못 박으며 "차기 주자 육성 일환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공상이다. 공직 수행은 이런 무협 소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씨의 이름이나 방송명, 관련 기사 등을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김 씨를 겨냥한 발언을 분명히 했다.
이어 김 총리는 "총리의 외교활동을 대통령님의 후계육성훈련으로 해석한 언론도 있다. 하지만 간담회 제 발언 어디에도 '외교경험을 쌓아 국정에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다'는 문구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총리직 수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상 권한과 역할을 다하라는 말씀을 늘 주시는 것도 맞고, 대미현안에도 적극 임하라고 하신 것도 맞지만 이 모든 것을 차기주자 육성 일환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공상"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으로 점철되는 공직수행은 이런 무협소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김 총리는 언론의 본분을 강조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언론은 객관성과 사실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적 그릇이자 권력이다. 개혁적 여당과 개혁적 언론도 본분 위에 서야 한다"고 지적하며 "개인언론시대, 당원주권시대의 시민과 당원 각자에게 요구되는 객관, 학습, 윤리, 품격, 훈련, 책임의 축적이 대한민국을 이끌 것"이라며 윤리를 지켜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김 총리 측은 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의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국무총리실 공보실은 1월 23일 문자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국무총리를 포함시키지 말아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 포함시키는 일부 조사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김 씨를 겨냥한 공지를 발표했다.
당시 총리실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계속 조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조사기관의 금도를 넘은 것"이라며 후보군 제외를 요청하자 김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내가 알아서 하겠다.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자유고, 넣는 것도 이쪽이 결정할 일"이라며 거절했다.
지난 5일엔 김 씨가 "대통령 순방 중 대응하는 국무회의가 없었다"며 전쟁 상황에서 국무회의 부재를 지적하며 총리실을 겨냥했고 이후 허위사실 유포 논란으로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다.
김 총리는 시민단체 고발과 관련해 "고의가 아닐 것이고, 혹 문제가 있다 해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 지금은 빛의 혁명을 함께 넘어온 이들에 대한 더 큰 이해와 인내가 필요한 때"라고 사태를 수습하며 국정 수행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지원, 김민석에 "후계자 발언 나라면 즐겨…정치 크게 해야"
김 씨와 김 총리과 서로를 향해 다소 날선 반응을 보이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 총리를 향해 "소이부답(笑而不答·답하지 않고 웃는다)하라"는 조언을 건네며 "후계자 발언 나라면 즐기겠다. 정치를 크게 하라"고 말했다.
김 씨의 언행에 대해선 "좀 짓궂다"고 표현했다.
박 의원은 16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에 출연해 "(김 총리도) 정치를 좀 크게 해야지, 삼라만상에 다 그렇게 시비를 걸 필요가 없다. 소이부답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의>
이어 "김 총리도 미래를 생각하는 총리이자 정치인인 것은 사실 아니냐"며 "김 총리는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 중 하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함께 모셨기 때문에 오늘이라도 (미국에 있는 김 총리와) 전화가 되면 '그냥 웃고 넘겨라'라고 말하겠다. 김어준 공장장이 짓궂게 굴더라도 때로는 모른 척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부연하며 다소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위지로 언급했다.
김 씨를 향해선 자중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나 역시 과거 광주·전남 통합 시장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했지만 안 빼주더라"는 경험담을 전하며 "총리급 정치인이라면 여론조사 배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과민 반응하기보다는 웃어넘기는 것이 본인의 정치적 그릇을 더 크게 보여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가 김 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식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한 데 대해서도 박 의원은 "나 같으면 차기 후계자로 키워준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즐기겠다"며 "하나하나 반박하며 갈등을 키우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며 넘기는 것이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용우 "김어준 발언 과도해…자중할 필요 있어"
김 씨의 발언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 에서 "김어준 씨가 너무 과도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태섭의>
이 의원은 "마치 이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외교 행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고 김 총리 입장에서도 자신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외교 행보를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국민들한테도 혼란과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김 씨가 방송을 통해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는 것은 자중해야 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김 씨의 행동들이 8월 전당대회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언론도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발언이라도 팩트에 기반하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적 생각을 말하는 것이 의아하다"며 "반복된다면 단순한 언론 역할을 넘어 개인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라고도 볼 수 있다"며 김 씨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 분석 "김어준 결국 8월 전당대회 개입 의도"
정치권에선 김어준 씨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 개입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성필 민주당 부대변인과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박지훈 변호사는 17일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 대담에서 김 씨를 향해 "상왕 마인드에 젖어 있다"고 비판했다. 장성철의>
강성필 민주당 부대변인은 "속된 말로 삐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본인 유튜브에서 장인수 전 기자가 했던 폭로에 대해 야당에서조차도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하고 제대로 제재하지 않았냐는 원망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커지면서 억울한 면이 있나 싶다"며 "이번에 처음도 아니다. 이전에 KTV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어준 씨도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하신 지 1년도 안 됐는데 무슨 차기 주자 양성 프로그램이냐.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얼마나 기분 나쁜가"라며 "대통령도 기분이 나쁘시겠지만 오해받는 김민석 총리도 기분 나쁠 텐데 왜 이런 얘기를 계속 하는지 저도 진짜 묻고 싶다"고 질책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합당부터 계속 논란이 반복되는데 이렇게 해석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차후에 권력 투쟁에 본인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김 씨가 정청래 대표를 또 밀고 있다고 보이고 그래서 김 총리를 견제한다고 생각된다. 지난번 서울시장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라며 "현재로선 국민의힘 상황이 별로 안 좋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국민의힘 상황이 괜찮아지면 이것도 자중지란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8월 전당대회 보고 하고 있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이에 진행자가 " 김어준 씨 안 무섭냐"고 묻자 "무섭고 안 무섭고를 떠나 해야 할 말은 해야 된다"며 김 씨의 최근 발언들이 결국 차기 당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어준 씨는 '상왕 마인드'이다.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씨는 '내가 대통령 다 만들어 냈다. 내가 누군데 니들이 감히, 대통령은 5년이면 끝나지만 나는 계속되는 사람이야, 내 프로그램에 불러주면 국회의원들이 은총을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내가 시키면 국회의원들도 무릎 꿇고 절하고 프로그램인데 내 여론조사를 갖고 시비를 걸고 검찰개혁에 토를 다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거기에 푹 젖어서 견제와 제약이 들어오니까 참지 못하고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된 논란으로 인해 민주당 내 김 씨의 영향력이 결국에는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함부로 나가서 정책을 발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며 "과거처럼 음모론을 얘기하면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죄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김어준 씨도 정점에서 저무는 달의 신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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