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여파로 2026 북중미 월드컵 불참을 선언했던 이란이 완전한 기권 대신 개최지 변경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4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경기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둔 이란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란이 조별리그 경기를 미국이 아닌 멕시코로 옮겨 달라는 요구를 FIFA에 공식 제안한 것이다.
멕시코 주재 이란 대사관은 17일(이하 한국 시각)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메흐디 타지 이란 축구협회장이 "현재 FIFA와 경기 개최지 변경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타지 협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대표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힌 만큼 우리는 미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볼파즐 파산디데 멕시코 주재 이란 대사도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비자 발급과 물류 지원에서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FIFA에 경기장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작년 12월 조 추첨에서 G조에 편성돼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문제는 이란의 3경기가 잉글우드와 시애틀 등 미국에서만 열린다는 점이다. 애리조나주 투손에 마련될 예정이었던 베이스캠프도 미국 영토이다. 미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 입장에서는 대표팀 안전과 비자 문제가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지난 12일 "어떠한 경우에도 월드컵 참가는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 불참 대신 개최지 조정을 FIFA에 타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윈저 존 사무총장도 지난 16일 쿠알라룸푸르 기자회견에서 "이란으로부터 월드컵 기권에 관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이란은 여전히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IFA가 이란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경기 장소 변경이 이뤄지려면 같은 조에 속한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의 동의도 필요하고 이미 확정된 중계 계약과 티켓 판매, 베이스캠프 일정까지 줄줄이 재조정해야 한다.
만약 협상이 결렬돼 이란 불참이 확정되면 FIFA는 대체팀을 구하거나 47개국 체제로 대회를 치러야 한다. 후자의 경우 4개 팀이 빠진 채 파행됐던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76년 만의 사태가 된다.
현재 유력한 대체 후보로는 아시아 대륙 간 플레이오프 진출팀인 이라크가 거론되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란 대표팀의 참가를 보장 받았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선수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대회에 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발언해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이번 대회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공동 개최로, 오는 6월 11일 개막해 7월 19일까지 이어진다. 미국은 11개 도시에서 78경기를 개최하며 8강부터 결승까지 모든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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