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해외 신용·체크카드가 범죄자금 세탁과 환치기, 보이스피싱, 가상자산 범죄의 우회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관세청, 카드업계가 공조 체계 구축에 나섰다. 카드 사용 내역과 출입국 기록을 연계해 그간 포착하기 어려웠던 국경 간 의심 거래를 보다 정밀하게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17일 관세청, 여신금융협회, 9개 국내 카드사와 함께 ‘초국가적 범죄자금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 카드가 자금세탁, 환치기, 보이스피싱, 가상자산 범죄 등에 활용되는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해외카드 이상거래 등 범죄예방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이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와 대응 기능을 연결해 의심 거래를 보다 정교하게 포착하고, 차단과 보고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출국 안 했는데 해외 결제가…이상거래 탐지 정교화
구체적으로 관세청은 해외카드 사용 내역과 출입국 기록을 분석해 이상금융거래 위험 동향 정보를 카드사에 제공한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카드 이용 차단 등 실무 제도 마련에 나서고, 카드사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자금세탁방지(AML) 모니터링에 반영해 의심거래보고(STR)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정보 전달 체계 운영과 정기 실무협의체 지원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카드사는 관세청의 해외카드 사용 정보 분석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출입국 정보 연계가 부족해 이상거래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출입국 정보와 카드 사용 정보가 함께 분석되면서, 기존보다 이상거래를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예컨대 국내 체류 중인 이용자의 카드가 해외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거나, 정상적인 소비 패턴으로 보기 어려운 고액 결제가 이뤄질 경우 이상 징후 포착의 정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해외 결제 자체보다 거래 시점, 이동 이력, 사용 패턴을 함께 보는 방식으로 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환치기·피싱·가상자산 범죄 우회거래 차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감시 사각지대에 놓였던 국경 간 변칙 거래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카드는 국내 결제와 달리 거래 국가와 결제 경로, 이용 목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카드사 단독으로는 이상 패턴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범죄 차단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한 모범 사례”라며 “민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 만큼 향후 초국가범죄 예방과 범죄 자금이동 차단 효과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이번 협약은 카드를 이용한 범죄수익 국외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 같은 협업 체제가 더 많은 분야로 확산해 범죄 근절과 국민 재산 보호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또한 “카드 산업 전반의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초국가범죄 대응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관세청, 금감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카드 거래가 범죄자금 세탁에 악용되지 않도록 예방 기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협약이 해외카드 이상거래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거래는 국내 결제와 달리 이용 맥락 파악이 쉽지 않아 카드사 단독으로는 사후 대응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며 “관세청의 출입국 정보와 금감원의 감독 기능, 카드사의 탐지 시스템이 결합되면 사전 예방 기능도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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