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담 더 커질 듯" 4·7세 고시 금지와 사법시험 폐지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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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담 더 커질 듯" 4·7세 고시 금지와 사법시험 폐지의 평행이론

르데스크 2026-03-17 17:13: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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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유아 레벨테스트 금지 내용을 담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4·7세 고시 금지법)'의 후속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험 대신 보호자 동의를 전제로 한 관찰이나 면담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뿐 아니라 공정성 논란까지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와 점수가 공개되는 시험과 달리 관찰이나 면담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부모의 인맥이나 경제력, 선행학습이나 과외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종국엔 부모 부담이 더욱 늘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 대체재 생긴다" 4·7세 고시 금지법 시행 앞두고 반발 목소리 고조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4·7세 고시 금지법'의 핵심 내용은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명분 삼아 영유아 대상의 시험 또는 평가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위반 시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다만 학원 등록 이후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 목적으로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을 하는 것은 가능토록 예외를 적용했다. 또 구체적인 진단 방식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유아 학원의 선발·서열화를 위한 시험·평가를 규제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불필요한 조기 경쟁을 완화하고 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는 건전한 교육 환경 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다"며 개정안 시행 취지를 밝혔다.

 

▲ 영유아 레벨테스트를 원천 금지하는 일명 '4·7세 고시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도로 위를 달리는 유치원 통학 버스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학부모들의 반응은 교육부 입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가장 공정한 절차인 시험을 없애면서 생겨나는 부작용 방지나 대비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학원 입장에선 기존 학부모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학원의 '네임벨류(이름값)' 유지를 위해서라도 시험 외에 별도의 검증 작업을 실시한 후에 등록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현실성 결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같은 이유로 설령 선착순 등의 방식으로 등록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반 배정 시 학습 수준을 고려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유지선 씨(41·여·가명)는 "학원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아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이나 해당 학원을 나온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다"며 "결국 학원 입장에선 피드백이 좋은 아이를 선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험 외에 다른 방식으로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선별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박진희 씨(35·여·가명)는 "유아기 때는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비싼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좋은 학원에 아이들이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이기 때문에 학원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입·테'(입학 테스트)가 사라질 경우 중산층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갖춘 부모들의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선행 학습 유·무, 과외 등은 모두 부모의 교육비 지출 능력과 직결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지현 씨(39·여·가명)는 "아마 '입·테'가 금지되면 사법시험 폐지 이후 로스쿨이 금수저의 전유물로 전락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며 "시험을 통한 검증 작업이 불가능하다면 학원비를 올려 자연스럽게 교육에 관심이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몰리게끔 하는 학원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객관적인 시험이 사라지면 오히려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이 작용하는 불투명한 선별 방식이 도입돼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강남구의 한 영어유치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박경훈 씨(42·남·가명)는 "사실 유아기 교육은 결국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에 따라 나뉘고 지금도 소위 입·테가 있는 유명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전부 부모가 그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한 아이들이다"며 "앞으로 입·테가 사라진다면 결국 부모를 평가 기준으로 삼으려는 학원들이 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 내용을 봐도 부모 테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입·테 폐지 예고에 학부모들 혼란, 학원보다 비싼 과외·선행학습 의존도 상승 조짐

 

이미 사교육비 부담 확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진 학원들이 학원비를 올리는 등 이렇다 할 방침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1:1 과외 등 미리 대응에 나서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학부모들은 그나마 가이드라인이 명확했던 '입·테'가 사라진 탓에 학원 등록 부담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입·테 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정부가 의도한 조기 경쟁 완화나 사교육 부담 감소 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박선애 씨(44·여·가명)는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얼마 전 '입·테'가 금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어 과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며 "영어 학원 중 유명한 곳들은 기존에 '입·테'를 보고 들어갔는데 앞으론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선발 할지 모르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내린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왜 하나만 보고 판단해서 이런 혼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돈 있는 사람들은 정 보낼 학원이 없으면 과목 별로 과외라도 할 텐데 이런 식으로 상류층과 중산층을 가르느니 차라리 시험이라는 정당한 과정이라도 그냥 뒀으면 좋았겠다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 입학 기준이 모호해진 탓에 벌써부터 고액 과외나 선행학습을 알아보는 움직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내부 도서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채드윅 송도국제학교]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시험이 사라지면서 상류층 가정과 중산층 가정의 간극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맘카페 회원은 "부잣집은 국제학교, 원어민 과외, 해외캠프 등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우리 같은 맞벌이 가정이 좋은 교육을 시킬 수단은 좋은 학원뿐이다"며 "좋은 학원을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방법이 시험이었는데 그 마저도 사라졌으니 앞으로 어떻게 좋은 교육을 시킬지 막막하다"고 적었다. 이어 "내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건 경제력과는 무관하게 모든 부모의 마음인데 사교육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결국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너무 원망스럽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사교육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 없애는 식의 방식으론 오히려 더욱 큰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후속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영·유아 대상 입학시험 금지는 과열된 사교육을 완화하려는 취지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시험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사라지면 학원들은 추천제나 구술시험 등 또 다른 형태의 선별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학원들은 부모의 경제력, 배경, 혹은 정보력을 확인하는 방식을 은연중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한 금지 위주의 정책보다는 공교육 내 유아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후속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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