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열풍에 되살아난 세운상가…'빈티지 감성'이 상권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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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열풍에 되살아난 세운상가…'빈티지 감성'이 상권 살렸다

르데스크 2026-03-17 15:5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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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카메라(디카) 열풍에 힘입어 과거 전자·카메라 상권의 중심지였던 세운상가 일대가 활기를 띠고 있다. 디카만이 구현할 수 있는 2000년대 특유의 색감과 질감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젊은층, 특히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촬영 트렌드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디카 열풍은 4~5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유행 초기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엔 자신이 원하는 색감과 촬영 감성에 맞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세운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세운상가의 한 상인은 "예전에는 카메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왔다면 요즘은 SNS를 보고 찾아오는 젊은 여성 손님들이 많다"며 "평일 오후에도 대기 줄이 생기고 주말에는 복도까지 줄이 길게 이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세운상가'를 검색하면 약 8만7000여 개의 게시물이 확인되고, '#빈티지카메라' 해시태그 역시 6만 개 이상 올라와 있다. 게시물 대부분은 단순 방문 인증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 기종별 특징, 매장별 가격 정보, 실제 촬영 결과물까지 공유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기종의 장단점을 설명하거나 특정 모델의 색감 차이를 비교하면서 일종의 '디카 정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 최근 여성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카메라 일명 디카가 유명해지면서 세운 상가가 새로운 카메라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SNS에서 유명한 디카 매장에서 촬영물을 확인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르데스크

  

평일 오후 르데스크가 SNS에서 자주 언급된 세운상가 내 한 카메라 매장을 찾았을 때도 이러한 분위기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디카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매장 안에는 제품을 직접 들어보고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방문객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일부 손님은 전원을 켜 셔터를 눌러보며 촬영감을 확인했고 또 다른 손님들은 매장 안을 배경으로 직접 사진을 찍은 뒤 결과물을 확대해보며 색감과 화질을 꼼꼼하게 비교했다.

 

매장 안 분위기는 단순한 구매 현장이라기보다 각자의 취향을 탐색하는 체험 공간에 가까웠다. 친구와 함께 온 방문객들은 서로 다른 모델을 손에 들고 "이건 색감이 더 부드럽다", "이건 필름 느낌이 더 강하다"는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연인과 함께 찾은 손님들은 한 대의 카메라를 두고 한참 동안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방문객 연령대도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30~40대 소비자까지 다양했다. 

 

이진주 씨(23·여)는 "요즘 디카가 유행이라 나만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사고 싶어 방문했다"며 "SNS에서만 볼 때는 막연했는데 직접 와보니 종류가 생각보다 훨씬 많고 기종마다 색감 차이도 커서 남자친구와 어떤 제품을 살지 계속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디카 인기가 높아지자 가격대도 다양한 모습이었다. 사진은 세운상가에 위치한 또 다른 디카 매장의 모습. ⓒ르데스크


제품 가격은 모델과 상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급형 제품은 10만원대부터 시작했지만 인기 기종이나 상태가 좋은 제품은 6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특정 브랜드나 모델은 진열대에 올라오자마자 판매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 '희귀템'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단순히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라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붙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색감과 감성에 대한 선호가 가격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근 다른 카메라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 안에는 캐논, 파나소닉, 삼성, 라이카 등 다양한 브랜드의 디카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고 고객들은 제품을 하나하나 비교하며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었다.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캐논 제품은 30만원대에 형성됐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라이카 카메라는 60만원이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자신이 원하는 색감과 촬영 결과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매장 관계자는 "처음에는 비교적 저렴한 캐논 제품을 보러 왔다가 결국 라이카를 구매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며 "특히 상태가 좋고 색감이 예쁘다고 알려진 모델은 직접 촬영해본 뒤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유행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몇 년 안에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찾는 사람이 더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연예인들 역시 디카 유행에 합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 디카로 찍은 사진의 모습. [사진=조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디카 열풍이 더 확산된 배경에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도 적지 않다. 블랙핑크 제니, 에스파 카리나, 르세라핌 사쿠라 등 유명 연예인들이 디카로 촬영한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면서 이른바 '디카 인증'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팬들은 연예인이 사용한 카메라 기종을 추적하고, 해당 제품의 가격이나 재고 정보를 공유하며 소비 흐름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사용 제품으로 알려진 모델은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 매장 주인은 "연예인이 들고 나온 모델은 입고되자마자 바로 팔리거나 아예 물건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재고가 언제 들어오는지 미리 확인하고 당일 맞춰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세운상가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카메라를 구매한 뒤 곧바로 성능을 시험해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부 방문객은 디카를 손에 들고 세운상가를 나선 뒤 서순라길이나 청계천 같은 인근 포토스팟으로 이동해 직접 촬영을 즐긴다. 오래된 건물 벽면과 좁은 골목, 자연광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디카 특유의 색감이 더욱 잘 살아난다는 이유에서다. 디카 구매가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찍는 경험' 자체를 포함한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디카 열풍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젊은 층의 감성 소비와 경험 소비가 결합된 현상으로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디카만이 보여주는 색감과 촬영 경험은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며 "최근 젊은 세대는 기능적 효율보다 자신이 원하는 감성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디카 열풍은 이런 소비 심리가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릴 적 또는 과거의 정서와 연결된 이미지를 다시 경험하고 싶어 하는 심리도 맞물리면서 디카가 하나의 문화적 소비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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