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긴장감 속에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주하던 국제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의지에 힘입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시장 공급 우려를 덜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의 통행을 일부 용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기 세력의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해협 통과 재개 소식에 '공급 절벽' 우려 완화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5.28% 급락한 배럴당 93.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거래소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역시 2.84% 하락한 100.21달러를 기록하며 간신히 100달러 선을 수성했다. 지난 13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14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실질적인 물량 이동 조짐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석유 공급 지속을 위해 이란, 중국, 인도 유조선의 해협 통과를 용인하고 있다"며 이미 일부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갔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란이 인도 측에 압류 유조선 반환을 요구하며 안전 통행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공급 절벽 공포가 일부 해소됐다.
트럼프의 '호위 작전' 압박과 IEA의 비축유 카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선박 호위 작전 참여를 재차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미 · 이란 전쟁이 종료되면 유가와 인플레이션은 매우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며 동맹국들의 실질적인 군사적 지원이 유가 안정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지속될 경우 전략비축유(SPR)를 추가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공급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본 시나리오가 된 100달러"… 장기화 우려는 여전
다만 유가가 곧바로 하향 안정화될지에 대해서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배럴당 100달러는 이제 위험 시나리오가 아닌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고 분석했다. 설사 4월부터 공급 물량이 개선되더라도 파괴된 재고망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고유가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경고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