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3차 상법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6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법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기업 총수 등 최대주주에 힘이 집중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이러한 지배구조를 개편해 소액주주들도 최대주주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 3차 상법개정안 핵심 쟁점 '자사주 처분 의무화'
작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2차 상법개정안은 이사회 구조와 주주권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 쟁점이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해 경영진 책임 범위를 넓혔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는 △병행형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1명→2명 이상) △감사위원 선·해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3% 한도 등 강력한 지배구조 규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사외이사 명칭도 ‘독립이사’로 바꾸고 독립이사 수와 비율을 높이도록 한 것도 주요 변화로 꼽힌다.
지난 2월 본회의를 통과한 3차 개정안은 그동안 관행처럼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했던 자사주의 처분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기주식은 의결권·배당권 등 주주 권리가 없는 ‘자본’으로 명시되고 회사가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해야 한다는 ‘소각 원칙’이 도입됐다.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조합, 특정 M&A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보유와 처분이 허용된다. 자기주식 처분 절차에도 신주 발행 수준의 공정가격과 절차 요건이 부과되면서 자사주를 장기간 비축해 두고 지배구조 방어·M&A·주가 관리에 활용했던 기존 전략은 사실상 막히게 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현영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들의 66%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소각보다는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활용해 왔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자사주 제도를 주주환원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게임업계, 주총서 상법개정안 안건 논의
이번 3차 상법개정안까지 국회 본회를 통과하고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법개정안 대응과 관련한 안건을 주요 의제로 올리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사회 재편, 사외이사 신규·재선임,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확대 등 변화를 예고하면서 이번 주총은 체질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확인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전반에서는 상법 개정에 맞춰 전자주주총회 관련 조항을 정비하고 집중투표제 관련 규정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 권한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정관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이 다수 상정됐다. 신규 사외이사 선임 역시 주요 안건으로 올라 있다.
자사주 소각도 본격화됐다. 크래프톤은 향후 3년간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할 방침이며 넷마블도 기보유 자사주 약 401만주(약 4.7%)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넷마블, 더블유게임즈,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도 배당을 집행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허용, 사외이사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 이사 보수 한도도 명문화하고 신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엔씨소프트 역시 기존 정관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이 상정됐으며 사전에 언론에 노출된 것처럼 사명 변경 등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넷마블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비한 선제적 소각 계획을 논의하고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충실의무 규정을 보완한다. 더블유게임즈도 정관을 변경해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관련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컴투스도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 및 감사위원 선임 시 합산 3% 룰 적용을 위한 조문을 정비하고 웹젠은 자사주를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각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관 개정 추진한다. 시프트업도 정관 변경을 통해 상법개정안에 맞춘 이사 의무 규정 및 전자주주총회 근거를 마련한다.
▲ 행동주의 펀드·해외 자본 등 공세 확대 우려
상법개정안 통과 전부터 제기됐던 행동주의 펀드와 해외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의 경우 중국 텐센트가 이미 넷마블 17.5%, 크래프톤 13%대, 시프트업 30%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 자본의 의결권 행사 여지를 넓혀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의 영향력 약화가 외국 투자자의 목소리를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게임사의 경우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어 주요 게임사에 대한 국내 민간·공공 자금의 장기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사의 주가는 코스피 불장 속에서도 상승장에 편승하지 못한 소외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상법개정안이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하고 있다. 다만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법제도 변화에 맞춘 밸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신작 흥행과 글로벌 매출 확대 등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3월 주총은 게임사들이 상법개정안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표준에 맞는 거버넌스를 구축했음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전략적 변화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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