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 이윤모 대표가 고객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 궤도를 되찾는다. 지난해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전기차 가격 인하 등 상품성 강화와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17일 볼보에 따르면 지난해 총 1만4903대의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4위를 유지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고환율 및 공급망 리스크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볼보는 198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누적 15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장기간 외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며 판매 성장과 함께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응축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보의 남다른 성장의 중심에는 이윤모 대표가 있다. 2014년 임기를 시작해 올해 경영 13년차를 맞은 장수 최고경영자다. 외국인 대표가 주를 이루는 수입차 시장에서 본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오랜 기간 대표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볼보는 판매량과 서비스 네트워크 등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왔고, 한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안정적 성장 흐름을 이어왔다”며 “7년 연속 연간 판매 ‘1만 대 클럽’을 달성하고 국내 수입차 시장 4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는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세일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1994년 대우자동차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이후 2002년 BMW코리아 개발 매니저로 자리를 옮겨가 승승장구했다. 2013년 BMW코리아 애프터세일즈 상무 자리를 역임한 뒤 이듬해 7월 볼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대표의 지휘 아래 볼보는 성장을 거듭했다. 영업 책임과 애프터서비스를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 판매량보다 고객 경험과 만족도를 경영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14년 볼보는 국내 시장에서 연간 2976대를 판매하던 군소 수입차 브랜드였다. 하지만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2019년 최초로 1만대 판매를 넘어섰고, 이후 7년 연속 1만대 이상 판매량을 유지하며 메이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도 2014년 14위에서 2021년 4위까지 상승했다. 2022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판매량이 잠시 주춤했지만,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4위를 수성했다.
이 대표는 특히 서비스와 마케팅 부문에서 변화를 이끌었다. 2015년부터 5년 또는 10만km 일반 부품 보증 및 소모품 교환 서비스를 제공했고, 2020년에는 서비스 통합 브랜드인 ‘서비스 바이 볼보(Service by Volvo)’를 출범하며 3년간 1500억원을 투자해 서비스센터와 정비시설을 대규모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6월에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유상 수리한 순정 부품을 횟수 제한 없이 보증하는 ‘평생 부품 보증’ 제도도 도입했다.
한국 시장 현지화 전략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21년 티맵 모빌리티와 손잡고 300억원을 투자해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음성 명령으로 길 안내부터 공조 설정, 정보 탐색, 음악 재생, 전화 및 문자 확인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차세대 사용자 경험인 ‘Volvo Car UX’는 디지털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OTT, SNS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다.
볼보 관계자는 “볼보는 디지털 커넥티비티를 고객이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15년 무상 업데이트(OTA) 및 무상 5G 디지털 패키지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며 “이러한 노력들은 컨슈머인사이트 ‘자동차 기획조사’에서 서비스 만족도(CSI) 부문 6년 연속 유럽 브랜드 1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합리적 가격을 책정하는 철학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XC90’ 출시 행사에서 “환율 인상으로 가격 책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본사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보다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았다. 지난달에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과 ‘EX30 크로스컨트리’의 국내 판매 가격을 최대 761만원 인하했다. 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과 비교해도 약 2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표다. EX30은 가격 인하 1주일 만에 신규 계약 1000대를 돌파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볼보는 수입차 상위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고객 친화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수익성을 높이고, 판매량을 다시 성장세로 되돌려 브랜드 입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2024년 기준 볼보의 부채비율은 778%다. 무상보증과 가격 인하 전략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볼보의 향후 AS 비용 증가 가능성을 반영하는 무상보증충당부채는 2024년 기준 1407억원으로 전년보다 4.77% 증가했다.
판매량도 주춤하다. 2023년 국내 판매 1만7018대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4년 1만5051대, 2025년 1만4903대로 줄었다. 시장 점유율 5위인 렉서스와 불과 12대 차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전통 강자인 렉서스가 매섭게 추격했다.
이 대표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균형 있게 배치한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2021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디젤 판매를 중단하고, 가솔린 엔진은 하이브리드로 전환하며 친환경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당시에는 과감한 결정이었지만, 지난해 전기차 판매가 1427대로 전년(325대) 대비 339% 급등하며 전동화 전략이 안정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경영 계획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볼보는 올해 플래그십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량과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상반기 전기 SUV EX90, 하반기 전기 세단 ES90을 출시한다. 두 모델은 볼보의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전환을 상징하는 핵심 차종이다. 무선 업데이트로 성능·안전·커넥티비티를 지속 개선하며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자동차 경험을 완성한다. 관계자는 “전동화 시대의 안전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품 전략과 함께 고객 경험 혁신에도 힘쏟을 예정이다. 볼보는 올해 인포테인먼트 개인화 기능 확대, 인증 중고차 사업 강화, 서비스센터 고도화 등 차량 구매 이후 소유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를 정비한다.
이 대표는 “볼보가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설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이 브랜드를 지지해주신 고객 여러분 덕분”이라며 “신차 구매는 물론 소유 전 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며,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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