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조선 순조(1801-1834)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궐도(東闕圖)’가 올봄 시민들을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동궐도는 경복궁의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으로 현재 2개 소장본이 전해지고 있다. 다만 누가 어떤 이유로 그림을 제작했는지에 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어 작품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학계에서는 이 작품이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조선후기 궁궐의 정밀 기록화, 국보 ‘동궐도’
‘동궐’이라 불리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조감도식 시점으로 정밀하게 그려낸 동궐도는 현재 고려대학교박물관(화첩 형태)과 동아대학교박물관(병풍 형태)에 각각 소장돼 있다. 두 본 모두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돼 있다.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본은 가로 576cm, 세로 273cm에 달하는 화면에 전각과 담장은 물론 연꽃과 괴석 등 조경 요소까지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산과 언덕은 전통적인 남종화 준법을 따르면서도 건물 배치와 원근 처리에는 서양화 기법이 반영된 독특한 화풍을 보여준다.
동궐도의 제작 시기는 그림 속 전각들의 상태를 통해 1828년에서 1830년 사이로 압축된다. 1824년 불탄 경복전은 주춧돌만 남은 모습으로, 1830년 소실된 환경전 등은 화재 전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사학계는 이 시기 부왕 순조를 대신해 대리청정을 수행했던 효명세자가 제작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속에서 할아버지 정조의 개혁 상징인 '규장각'이 실제보다 유독 크게 묘사된 점이나, 효명세자가 머물던 소박한 처소 ‘연영합’의 모습이 그가 남긴 글과 일치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2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왕세자가 정조의 뜻을 이어받아 조선을 새롭게 디자인하려 했던 ‘개혁의 설계도’였던 셈이다.
◇ 그림 속에 새겨진 효명세자의 개혁 의지 '재조명'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는 이러한 동궐도의 공간적,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심화 해설 프로그램 '동궐도 속 창경궁의 시간'을 오는 3월 25일부터 4월 24일까지(매주 수·금요일 오전 10시) 운영한다.
해설사와 함께 명정전, 문정전 등 외전 공간과 춘당지 일대를 돌며 200년 전 동궐도 속 모습과 현재의 공간을 비교 체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 기간 총 3회에 걸쳐 건축사 및 미술사 전문가의 특별 강연도 진행된다. 동궐도가 지닌 회화적, 건축적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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