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대중의 희로애락을 쥐고 흔들던 조선시대 남사당패의 유전자가 2026년 성인가요 신에서 새롭게 박동하고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리듬감으로 글로벌의 지갑을 여는 K팝 신과 달리, 국내 음악 대중의 원초적인 정서를 가사와 음률로 자극해 온 트로트는 늘 전통가요와의 유기적인 동행을 이어왔다.
최근 오디션 시장을 집어삼킨 국악 출신들의 득세는 결코 갑작스러운 돌연변이가 아니다. 성인가요와 전통음악이 애초부터 공유해 온 흥행의 기초체력이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그 접근 방향을 다각화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가장 한국적인 음악 산업의 진화이자, 성인가요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새롭게 확장할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 선후(先後)가 바뀐 호흡, 시대별 아티스트가 증명한 장르의 진화
성인가요 신을 지탱하는 묵직한 기초체력은 시대별 아티스트들의 궤적을 통해 뚜렷하게 증명된다. 과거의 접근법은 성인가요 신에 몸담은 가수가 곡의 감성과 한(恨)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요나 판소리를 기술적으로 수련하는 형태였다. 산속 폭포수 아래서 득음의 과정을 거친 조용필, 정통 창극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태진아, 남도 판소리 창법을 접목해 신을 평정한 김지애와 진성이 대표적이다.
특히 베테랑 가수 김용임은 "노래를 잠시 쉴 때 경기민요를 배웠다. 트로트에 접목을 하니 노래가 아주 맛깔스러워졌다"며, 기성 가수가 전통의 호흡을 흡수했을 때 발생하는 파괴력을 정확히 짚어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접근법의 선후는 완벽히 뒤바뀌었다. 최근 '현역가왕 3'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홍지윤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대학교 국악과 출신인 그는 '트롯 바비'라는 대중적 비주얼 뒤에 숨겨진 탄탄한 국악 창법을 바탕으로 장르적 한계를 허물며 시장의 파이를 폭발적으로 키웠다.
이러한 실력적 근거는 판소리 전공자로서 76시간 연속 가창 기네스 기록을 세운 김주이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악 엘리트들이 지닌 경이로운 지구력과 발성 에너지가 성인가요 무대에서 어떤 파괴력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역가왕 2'의 최수호와 김준수를 비롯해, '미스트롯 4'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소나(경기민요 전수자)와 홍성윤(안숙선 판소리 보존회 전수자) 등으로 이어진다. 이미 오랜 시간 전통가요의 호흡을 뼈저리게 체득한 '국악 엘리트'들이 트로트 특유의 트렌디함을 덧입고 무대에 오르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늘 함께 가던 두 요소의 결합 방향이 쌍방향으로 넓어지며 대중의 감정을 건드리는 타격감 또한 한층 정교해졌다.
◇ 폭발적 가창력 넘어 '서사의 유연성' 갖출 때…진정한 장르의 확장
방향성이 다양해지고 시장의 몸집이 커진 만큼, 장르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과제도 선명해졌다. 국악 특유의 압도적인 발성과 꺾기 기교가 오디션 심사와 흥행의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면서, 성인가요의 매력이 특정 기술적 잣대에만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장르 생태계의 다양성 축소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대중의 지갑을 열기 위해 작곡가와 제작자들이 오디션 맞춤형의 '고음 지향적' 국악 트로트만을 양산한다면, 정통 트로트 특유의 담백한 읊조림이나 세미 트로트의 가벼운 리듬감, 소박한 스토리텔링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진정한 파이 확장을 위해서는 전통가요의 묵직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하되, 현대 성인가요의 다채로운 서사를 유연하게 품어내야 한다. 전통의 기교가 트렌디한 서사와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대중의 지갑은 오디션 팬덤의 환호를 넘어 세대를 초월한 견고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확장을 꾀하는 장르가 획일화의 함정을 피해 가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통이자 다음 스텝이다.
◇ 한국 전통문화의 재조명, 독보적 오리지널리티의 증명
결국 작금의 현상은 음악적 크로스오버나 방송가의 오디션 유행을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가치에 새롭게 집중하는 산업적 신호로 읽어내야 한다. 남사당패가 시대를 관통하며 대중과 호흡했듯, 전통가요의 맥을 정확히 짚은 성인가요는 이제 특정 세대의 전유물을 넘어 강력한 문화적 코어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
아이돌 중심의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퍼포먼스와 비주얼로 파이를 키우고 있다면, 전통가요의 한(恨)과 흥을 탑재한 K-성인가요는 '월드 뮤직'으로서의 새로운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미 1020 세대마저 퓨전 국악과 트로트의 결합에 신선함을 느끼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이러한 가능성을 방증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가 가장 현대적인 트렌드와 결합해 세대 통합을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전통의 깊이와 트렌드의 결합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파괴력 있는 대중음악의 진화"라는 가요계 관계자의 냉철한 진단처럼, 성인가요 신은 이제 전통가요와의 유기적인 동행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해 내야 할 시점이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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