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AI, 방산으로”…한화에어로·크래프톤, 산업 경계 허무는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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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AI, 방산으로”…한화에어로·크래프톤, 산업 경계 허무는 협력

투데이신문 2026-03-17 13:22: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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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과 한화그룹 CI. [사진=크래프톤·한화에어로스페이스]<br>
크래프톤과 한화그룹 CI. [사진=크래프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민간 기술을 도입하는 ‘스핀온(Spin-on)’ 전략이 국방 분야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로봇 등 민간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해 무기 체계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국내 게임 기업인 크래프톤과 손잡았다. ‘피지컬 AI(Physical AI)’ 공동 개발에 양사가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방산 분야의 피지컬 AI는 드론과 로봇, 미사일, 군용 차량 등 물리적 무기 체계를 인공지능이 직접 제어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무인 자주포와 드론 군집, AI 기반 미사일 방어 체계, 무인 전투 차량 등은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전장에서도 AI와 무인 기술이 결합된 전투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크래프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한화에어로는 게임 산업의 AI·시뮬레이션 기술을 자체 보유한 방산·제조 인프라, 무인 시스템 기술에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기술 확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피지컬 AI 핵심 기술 공동 연구개발 ▲실증 및 적용 시나리오 검토 ▲기술 및 운영 체계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크래프톤이 게임 산업을 통해 축적해 온 데이터 운영 경험과 가상환경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이 피지컬 AI 학습과 검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환경에서 구축된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환경 적용 전 다양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향후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한다. 방산 기업과 게임 기업이 공동 법인을 추진하는 사례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JV는 피지컬 AI 공동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현재는 기술 협력과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JV 설립은 기술 실증과 사업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조로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JV는 산업 파트너와 함께 실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AI·소프트웨어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이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양사는 기술 협력뿐 아니라 투자 협력도 병행한다. 한화자산운용이 조성하는 10억달러 규모의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한다. 해당 펀드는 AI와 로보틱스, 방위산업 분야에 중점 투자할 방침이다. 양사는 펀드를 통해 유망 기술 기업을 발굴하고 피지컬 AI 생태계를 확대하는 한편 핵심 밸류체인 기업과 공동 개발 및 사업화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피지컬 AI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보고 관련 조직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AI 본부 내에 피지컬 A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에 로보틱스 연구 자회사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하며 연구 기반을 강화했다.

올해 2월에는 국내 법인도 출범했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루도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맡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행보다. 루도 로보틱스는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지능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기술은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추진하는 합작법인의 공동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 역시 AI 기반 무기체계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객체 인식과 자율주행, 교전 통제 등 인공지능 기술을 무인지상차량(UGV)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2030년까지 독자적인 방산 AI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관련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ADEX 2025’에서 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함께 ‘소버린 AI’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산업 간 경계를 넘는 새로운 방산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상지대학교 최기일 군사학과 교수는 “국내 방산 협력은 그동안 방산 기업 간 협력이나 동일 산업 내 협력이 대부분이었다”며 “게임 기업과 방산 기업이 협력하고 합작법인까지 추진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하이퍼 커넥티드(초연결)’ 환경인데, 이 과정에서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며 “민간 산업과 국방 산업의 구분도 점차 약해지고 민간 기술이 군사 분야로 확장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학교 장원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현재 국방 분야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스핀온”이라며 “민간 기업이 보유한 AI, 드론, 소프트웨어 기술을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적용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처럼 5년에서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이미 민간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빠르게 국방 분야에 접목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의 기술이 실제 군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협력의 의미로 꼽힌다. 장 교수는 “게임 산업의 기술 역시 군사 분야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며 “장비 운용이나 교육·훈련을 게임처럼 접근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형태로 활용될 수 있고 향후 적용 범위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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