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바리 배낭 짊어지고 뚜벅이 시작
2017년 7월 11일 / 그레이하운드 2층 심야버스 / 남아공 조벅→짐바브웨 마스빙고
7월 11일 밤
짐바브웨 사람 심바가 물건을 팔아주고 전철역까지 데려다준 덕분에, 어둑어둑해졌는데도 다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버스터미널까지 잘 찾아왔다. 우리는 이제 이 야간 버스를 타고 짐바브웨-잠비아 국경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보러 간다.
2층 자리가 신기해서 좋아했으나 밤새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냉동인간 되는 줄 알았다. 통로 맨 앞에 있는 모니터에서 격투기 영화를 틀어주는 동안 내 머리 위 스피커에서 퍽! 윽! 우당탕! 싸우는 소리가 쩌렁쩌렁해서 잠들기 어려웠다.
7월 12일 오전 0시 39분
잠깐 잠들었다가 깼는데 다시 잠이 안 온다. 이 정도면 나는 너무 호화롭게 여행하는 것 같은데. 더 고되게 할 줄 알았는데 먹는 것, 자는 것, 이동하는 것 모든 것에 일일이 돈을 쓰며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다 호화스럽다. 한국에 있을 때 나였다면 매일 식비, 차비 같은 작은 계산을 하며 다녔을 것이다. 지금은 얼마가 소비되는지도 모르고 다니는데 언제까지 할 수 있으려나?
한국에 두고 온 일들이 생각난다. 대출, 엄마와의 제주도 여행 약속, 내 지나간 남자친구들과 그중에 나를 아직도 찾아보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역시 할 게 없으니 잡생각이 많아지는구나. 쓸데없는 것들···.
버스가 짐바브웨를 향해 달리고 있다. 길을 달려서 국경을 넘다니 신기한 일이다. 신기한 일이야.
연예인
2017년 7월 12일 / 불라와요 기차역 / 따분한 오후
요하네스버그에서 어젯밤부터 밤새 달린 버스가 오늘 오전이 되어 불라와요 시내에 내려줬다. 그리고 오늘은 밤기차를 타고 빅토리아 폭포로 간다. 하루는 밤 버스, 하루는 밤 기차로 2박 3일 해결. 숙소비도 아끼고 동시에 이동까지 하니까 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또 몸을 구긴 채로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녹초가 될 것 같다.
오늘 밤까지 불라와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밥을 느릿느릿 손으로 집어먹고 길도 느릿느릿 걸어도 시간이 안 간다. 기차역 매표소도 아직 문을 안 열어서 대합실에 짐을 풀고 교대로 둘은 가방을 지키고 둘은 시내로 다시 나가서 괜히 마트 구경하고 돌아오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시간이 안 가서 따분하게 늘어져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쾅! 열리며 아저씨 한 명이 들어왔다. 술 한잔 거하게 하셨는지 막걸리 쉰 냄새를 풍겼다. 지저분한 레게 머리에 주크박스 라디오를 어깨에 메고 흥이 한껏 오른 채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러더니 라디오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춘다. 손가락으로 요기 찌르고 조기 찌르면서 중간중간 팩 맥주를 마시면서 신나게 흔들어대셨다.
회식할 때 저런 부장님 있었던 것 같은데? 기차역 직원들도 아저씨를 내쫓지 않고 노래에 같이 박자 타며 웃는다. 그렇게 한 곡이 끝나자 라디오를 탁 끄고 홀연히 무대를 떠나셨다. 미련 따위 없이.
아! 멋있었어! “난 그대의 연예인~!”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작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여행 드로잉을 기반으로 서사를 만들어가는 에세이 작가로, 한 장소에서 사람이 기능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구조와 삶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현재 일본 여행기 <유니폼> 과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 그림일기> 를 연재하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프리카> 유니폼>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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