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김강진 기자] 정부의 이번 반려견 동반출입 제도는 ‘허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소규모 자영업자의 발을 묶고 소비자 선택권을 오히려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강도 시설 기준과 행정 리스크가 결합되면서, 제도의 취지였던 공존과 활성화는 ‘선별적 허용’과 시장 위축으로 변질되고 있다.
열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닫았다
3월 1일 시행된 개정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일반·휴게음식점과 제과점이 일정 시설 기준을 갖추면 개·고양이와 함께 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반려인·비반려인 모두의 선택권을 넓히고 외식 문화를 성숙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 분리, 동물 전용 설비, 안내문 게시 등 세부 요건은 동네 카페와 소형 음식점에겐 사실상 구조 변경을 요구하는 수준이고, 많은 매장이 기존의 ‘펫 동반’에서 ‘노펫존’으로 돌아서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자율’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강제
형식상 제도 참여 여부는 업주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받았다가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는 행정 처분 규정이 강하게 작동한다. 기준은 복잡한데 해석은 엇갈리고, 단속 리스크는 고스란히 업주 몫이다 보니 상당수 매장이 “안 받는 게 속 편하다”는 쪽으로 기우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법은 문을 연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업소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이 만든 ‘펫 프리미엄’
칸막이·울타리 설치, 별도 동선 확보, 전용 의자·케이지·목줄 고정장치 구비 등 시설 기준을 갖추는 일은 넓은 면적과 자본을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에게는 새로운 마케팅 기회가 된다. 반대로 좁은 실내와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는 골목 카페·소규모 음식점 입장에서는 수백만 원대의 공사비와 매장 구조 변경을 감수해야 하는 고비용 투자로, 제도 참여 자체가 ‘모험’이 된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 동반 가능’이라는 상표는 점점 자본력이 있는 일부 브랜드의 전유물이 되고, 정책이 말하는 ‘공존’은 시장 내 양극화를 부추기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위생·안전, 정말 칸막이로 해결되나
정부는 조리장과 애완견 공간을 칸막이·울타리로 완전히 분리하고, 애견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식탁 간격과 고정장치를 갖추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좁은 실내에 무리하게 칸막이를 세우면 통풍이 나빠지고 동선이 꼬여 오히려 안전사고와 위생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FDA가 개정 Food Code에서 ‘야외 좌석에 한해’ 개를 허용하면서도 실내 식사 공간은 엄격히 금지한 것처럼, 위생 관리는 설비 강화와 더불어 이용자 행동 규범과 책임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실효성을 갖는다.
비반려인 권리와 사회적 신뢰의 틀
반려동물 알레르기나 털·냄새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출입구 안내문 게시와 같은 최소한의 조치에 의존해 비반려인의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본다. 이는 사전에 불편을 줄이는 설계라기보다, 소비자가 스스로 ‘피해서 다녀야 하는’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에 가깝다는 비판을 낳는다. 선진국 상당수는 업주 자율에 더 큰 재량을 주는 대신, 사고 발생 시 강한 책임을 묻는 구조를 택해 물리적 장벽 대신 신뢰와 책임의 틀로 공존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참여 유도’ 대신 ‘책임 전가’로 간 정책
지금의 제도는 시설 기준과 단속 근거는 촘촘하지만, 반려인 교육이나 동물 행동 관리, 인증 시스템 같은 이용자 측 관리 체계는 비어 있다. 즉, 위생과 안전을 확보해야 할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업주에게 향하고, 실제 현장 통제의 핵심 주체인 이용자와 반려동물에 대한 공적 장치는 부재한 상태다. 지원 없이 규제만 늘린 설계는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보다 “차라리 안 한다”는 집단적 후퇴를 불러오고 있으며, 그 비용은 소규모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로 돌아오고 있다.
다시 설계해야 할 ‘공존의 조건’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반려견ㆍ반려묘 동반출입 제도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고정식 칸막이 중심의 일률 규제에서 벗어나 업장 규모와 구조에 맞는 이동식 파티션, 공조·공기정화 설비, 시간대 분리 운영 등 다양한 대안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소형 업주를 위한 시설 개선 지원과 반려인 ‘펫티켓’ 의무화, 인증제 도입 등 이용자 측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만 ‘문을 열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닫았다’는 현장의 냉소를 공존의 신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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