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의 김녕 바다는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곳에는 하루에 단 두 번,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바다가 길을 내어주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김녕 떠오르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떠오르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평소에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간조가 되면 서서히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가 숨겨두었던 길을 따라 걷는 경험은 제주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순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길게 뻗은 길 위로 초록빛 이끼와 해조류가 융단처럼 깔려 있어,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걷는 듯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떠오르길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물때 확인이 필수다. 만조 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에만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발목이 살짝 젖을 정도로 물이 찰랑이는 시점에 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더욱 몽환적인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김녕 떠오르길 / VISIT JEJU-제주관광공사 제공
다만 시각적인 아름다움 뒤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 길을 덮고 있는 초록빛 이끼는 미끄러워 낙상 사고의 위험이 있다. 가급적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착용하고, 해조류를 밟지 않도록 발밑을 각별히 살피는 것이 좋다. 지도 앱에 ‘김녕해변 바닷길’을 검색하거나 인근 봉지동복지회관(제주시 구좌읍 김녕로1길 51-3)을 목적지로 설정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떠오르길은 별도의 이용료 없이 상시 개방된다.
김녕 떠오르길 / VISIT JEJU-제주관광공사 제공
떠오르길에서 바다의 비경을 만끽했다면 인근의 김녕해수욕장을 함께 둘러보는 일정도 좋다. 떠오르길과 인접한 이 해변은 유난히 맑고 깨끗한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해변 한쪽의 빨간 등대와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제주다운 풍경을 완성하는 상징적인 요소다. 이곳은 수심이 얕고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제주의 바람과 파도를 곁에 두고 여유롭게 거닐기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 김녕의 풍경을 충분히 눈에 담았다면 이곳 바다가 내어준 싱싱한 맛을 경험해 볼 차례다. 김녕 인근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뿔소라 요리를 꼭 맛보길 권한다. 오독오독한 식감이 일품인 뿔소라회나 고소하게 구워낸 구이는 제주의 거친 바다 향을 입안 가득 전해준다. 바닷바람에 몸이 조금 서늘해졌다면 성게를 듬뿍 넣은 따뜻한 미역국이나 해산물이 풍성하게 들어간 칼국수 한 그릇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김녕바닷길과 소도리마을 / 한국관광공사(촬영 : 표길영)
바다가 숨겨두었던 길을 따라 걷고, 다시 광활한 해변과 제주의 맛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제주 자연이 지닌 다채로운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김녕의 바다는 매일 두 번씩 문을 열어 여행자를 맞이하고,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잊지 못할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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